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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네트워크 마케팅(일명 다단계) 후배한테 낚여 다녀왔습니다.
게시물ID : menbung_174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YoGirl
추천 : 5
조회수 : 191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2/09 02:52:27
네트 판에도 올렸는데 여기도 올리게 되네요 ㅠㅠ 저 같은 분 한분이라도 더 줄어들길 바라면서....



안녕하세요 23살 직딩...이라고 하긴 애매하고 프리랜서 여자입니다.

별로 인기는 없지만 좋아서 쓰기 시작한 소설을 네이버 장르 소설 연재란에 연재중이구요, 밤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하루하루 바쁘고 보람차게 살고 있어요.



살다살다 저한테 일어날 줄 몰랐던 일 ㅋㅋㅋㅋ 얘기 들을때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저한테 생길 줄 몰랐네요. ㅠㅠ 이야기 시작할게요.


저는 교대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교대 역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 거리에요. 알바한다는 편의점도 근처에 있구요.

그런데 제가 원래 친구들한테 연락을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2주 전쯤에 고등학교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후배랑 연락이 닿았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1년에 한두번정도 카톡 오가던 사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고, 반년 전에도 같이 얼굴보고 놀았던지라 그러려니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눴죠.


자기는 강남에서 그림 외주 회사를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교대니까 상당히 가까웠죠. 그렇게 일주일에 두번 정도 자기 퇴근하면 제가 일하던 편의점 와서 수다떨고 폐기 김밥 나눠먹고 같이 즐겁게 놀았어요. 애가 4차원적 면모가 있지만 쾌활발랄해서 저도 특히 아끼던 동생이라 최대한 잘해주려고 했습니다.



사건은 저번주...

월요일인가 화요일쯤에, 얘가 저한테 부탁을 하나 하더라구요. 토요일에 자기가 외박을 해야 하는데 같이 교대에 있는 찜질방 가서 하루만 자달라고.

제가 돈도 없고 글쓰기도 바쁘고 시간도 아깝고 귀찮고 해서 1박은 안할거라고, 저녁 정도는 같이 먹겠다고 했어요.

근데 얘가 너무 사정사정을 하길래 장난삼아 그럼 성의를 보이달라고 했어요.
돈달라는게 아니라 =_=;;; 아, 반년 전에 만났을 때 얘가 제 돈 3만원인가 4만원 꿔갔었는데 안갚고 입닦은거 저도 귀찮아서 안받았습니다 그냥. 다시 만났을때도 장난조로 내놓으라고 말만 하고 진짜 뜯어내진 않았구요.


그래서 넌 나한테 뭐 해줄래 했드니 얘가 제 소설 싸그리 구입하고 sns에 홍보 해주고 인증샷 올려주기까지 하드라구여;;;;


이런 제길 성의 쩌네 고맙다


결국 같이 가주기로 했어요 1박.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 일정을 다 잡았습니다.


강남에서 만나서 애견카페를 가고, 그 다음 저녁을 먹고, 그 다음 교대로 돌아와서 찜질방에 가자.
애견 카페는 제가 먼저 얘기 꺼냈지만 후배도 엄청 좋아해가지고 ok를 했죠.


네. 문제의 토요일입니다.



약속 5시였는데 저는 집앞에서 강남까지 가는 버스가 있거든요. 그거 탈려고 하는데 후배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자기 일이 있어서 교대로 왔으니까 그냥 여기서 보자는거에요

난 교대역 갈려면 10분 걸어야 하는데; 버스 타고 갈건데; 너도 그냥 거기서 강남으로 지하철 타고 오랬더니 그냥 와달라고 잉잉거리길래 한숨 쉬면서 교대역까지 걸어 갔어요


갔더니 지 배고프다고 밥을 먹자고 하더군요 =_= 아니 애견카페 갔다가 저녁먹기로 하지 않았냐. 난 미리 먹고 와서 지금 당장 배 안고프다. 했더니 알았다고 타협해서 적당히 설빙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한시간 정도 수다를 떨고 나서 애견 카페 더 늦기 전에 슬슬 가자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후배가 그러는거에요.

언니 저 부업하는 회사 여기 바로 옆에 있거든요? 언니 얘기 다 해놨어요 ㅋㅋㅋ 지금 언니 기다리고 있는데 가서 한시간만 얘기 해보시면 안돼요?

벙쪘습니다. 나한테 한마디 언질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인가.
그래도 당장은 화낼 생각이 없어서 장난스럽게

너 무슨 다단계하냐? 갑자기 뭐야? ㅋㅋㅋ 했더니

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단계는 물건 파는거 아니에요? 하더라구요. 사실 이 낌새 보고 어느정도 눈치를 깠죠. 노골적으로 물건을 파는 건 아닌데 비슷한 무언가를 하고 있나 보구나. =_=


그렇게 설빙에서 나왔는데 진짜 저를 회사 건물로 끌고 가려는 거에요.

추운날 바깥에서 30분 실랑이를 했습니다.

기억나는 대화 내용 몇개가 있는데

1.
나: 아니 안간다니까? 거기 사람이 너 기다리면 가서 한시간 얘기하고 와. 나 여기 있을게. 내가 거길 왜가?
후배: 아니 언니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ㅠㅠ 

2.
후배: 아 언니 제발요 얘기 듣다가 아닌것 같으면 나오셔도 돼요. 얘기 다 듣고 안하셔도 돼구요;;
나: 나 귀 두꺼운거 모르냐? 듣고도 안할거 한시간을 왜 들어야돼?
후배: 어차피 안하실거면 그냥 한시간 들어보심 안돼요? 네?

3.
후배: 아 저 이거 정말 괜찮은 일이고... 제가 언니 많이 생각해서... 언니 같이 했으면 좋겠어서 얘기 꺼낸 건데요... 저 봐서라도 한번 들어주심 안돼요?


대충 들어가기 전 얘기는 이 정도....

애가 제 팔을 잡고 놔주질 않는데다가
진짜 얘 성의랑 얼굴봐서 건물 들어갔습니다.

뭐 얘기 한 10분 들었어요. 대충 '네트워크 마케팅은 이런거다.' 정도. 그 회사가 무슨 일 하는지 상세 내용은 관심도 없고 알 바도 아니라 진짜 그거만 듣고 나왔습니닼ㅋㅋ 십분도 아니고 오분ㅋㅋㅋ


설명해 주던 사람이랑 후배가 1층 계단까지 쫓아 내려오는거

설명해 주던 사람한테는 '죄송한데 후배 생각해서 여기까지 온거구요, 이만 가볼게요^^; 죄송합니다.' 하고 나왔어요. 뭐 직접적으로 팔을 붙잡거나 하진 않더군요. 1층까지 따라 내려오는 것도 충분히 무섭긴 했지만;


그리고 건물 밖에서 다시 후배랑 30분을 실랑이 했어요.

제가 배신감을 진창으로 느낀 건 여기였습니다.


후배: 아 언니 ㅠㅠ 진짜 오분 들으셨잖아요 한시간만 들어보세요.
나: 난 네 얼굴이랑 성의봐서 해줄 수 있는거 다 했다. 솔직히 나한테 한마디 언질도 없이 여기 내 얘기 해서 끌고온 건 네 잘못이잖아? 네가 소설 사준거, 내 생각해서 자리 만들었다는 거 감안 해서 오분이나마 들어준거야. 네가 듣다가 싫으면 나와도 된다매?
후배: 언니 그러지 말구여... 딱 한시간만요. 네? 언니 이대로 가시면 저 오해하고 안좋게 끝날까봐 그래여....
나: 지금 니가 이렇게 붙잡는 게 더 오해 커지는 거 모르냐? 적당히 하고 이제 가자.
후배: 아 언니......
나: 너 당장 가방 가지고 와서 나랑 강남으로 가던가(제가 얘기 듣다 나올 때 후배는 회사 안에 가방 두고왔음), 아니면 나 저거 한시간 듣고 집에 간다. 어쩔래?
후배: (우물쭈물 하면서) 그럼... 언니 저거 한시간 듣고 집에 간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안말릴게여....


와나...
나는 지 때매 나온건데.....
저 다단계 한시간 들으면 그냥 집에 보내준다네......

어이없고 얘가 진짜 왜이러나 싶고 안타깝더라구요


제가 유독 정이 많고 사람 쉽게 못쳐내는 성격이라

그 뒤에는. 후배가 결국 언니랑은 한두번 보고 말 사이도 아니니까 알았다고 하길래 같이 피방가서 한시간 놀아주고 집에 왔습니다.


후배가 언니 너무 화난 것 같다면서 찜질방은 그 회사에 있던 자기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가기로 했으니 들어가도 괜찮다고 보내주더라구요 하하 장난하나



주말 내리 멘탈 그렇게 터져 있다가, 오늘 다시금 생각나서 네이버에 쳐보니 같은 사례 장난 아니게 많더라구요.

강남서 만나자고 했다가 -> 교대로 장소 바꾸고는 -> 갑자기 회사 옆에 있다면서 데려가는 방식


최소한 다단계인 걸 알았어도 하루 전날

언니 저 부업하는 회사 어디 있고, 사람들 괜찮고, 언니 아는 애들도 몇명 있고(진짜 있었음. 고등학교 후배들.) 그런데 한 시간만 얘기 들어주심 안돼요?

라고 했으면 기분이 덜 나빴을 겁니다.

제가 좀 철벽이라 거기 사원이 지랄을 하든 회유를 하든 안넘어갈 자신 있어서 얘기 한시간 듣는 거 사실 어렵지도 않구요. 다단계란 걸 알았어도 그렇게 말을 해줬으면 정말 덜 기분 나빴을 텐데....


판에 박힌 낚시 사례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고 속이 안좋네요.
회사에서 그러라고 가르치나? ㅎ;;


만에 하나라도 그 후배가 이 글 보게 되면

솔직히 어이 없고 황당하긴 했다만
네가 잘못한 거 알고 다신 그딴 짓 안하겠다 하면 난 널 안버리겠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여



진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는 하고 있을지.... 걱정이네요. 후.

긴 글 읽어주신 분 있으면 감사합니다. 안타까워서 하소연 좀 하고 싶었어요. 십중팔구 인연 끊어지는 이런 다단계 낚시로 인간관계 망치는 일 부디 읽으신 분들 중엔 없기를 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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