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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시던 진상손님분이 일하시는 가게에 갔었어요
게시물ID : menbung_26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오오력
추천 : 12
조회수 : 1868회
댓글수 : 113개
등록시간 : 2015/12/19 02:36:44
아주 우연처럼, 영화처럼 말이죠.

저는 속옷매장에서 일합니다. 우리 여성동지들을 아름답게 꾸며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중이에요.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고, 대부분 손님들이 젊은 여성분들이라 진상손님도 하나도 없어서 근무환경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그런데 며칠전부터.. 한 일주일 됐나. 어떤 아주머니가 계속 진상을 부리십니다. 가터벨트처럼 선정적인 옷을 미성년자에게도 팔다니, 정신 나간거 아니냐. 레이스 팬티는 음란한 여자의 상징이다. 이 브라는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알록달록하냐.


레이스 팬티는 보온성이 좋고 밀착감이 뛰어납니다. 브라는 나 좋으라고 알록달록하게 입죠. 그리고 가터벨트는 통풍이 잘 되고 아랫배를 압박하지 않기 때문에 생리통과 질염에 직빵이죠. 밴드스타킹 신을 때 필수기도 하고요. 뭐 이런 내용을 아주 정중히 말씀드려도 막무가내입니다. 마치 우리가 성매매라도 하는 양 말씀하세요. 심지어 항상 마감때 쯤 오셔서 저와 사장님을 곤란하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볼일이 있어서 처음 가보는 동네에 갔다가, 혼밥하려고 작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네... 그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세상 참 좁죠. 아주머니도 저를 알아보시고 얼굴을 빡 굳히시더니, 주방으로 들어가버리셨어요.


거기서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인터넷 썰에서 보면 이럴때 갖은 진상 다 부리고 나오던데. 나도 해볼까. 


그런데 결국 못했어요. 그냥 식당을 나와버렸죠. 뭔가가 발목을 잡는듯한 기분이었거든요. 이유없이 무섭고 주저하게 되는 그런 기분... 아시나요? 아 진짜...


지금은 집인데 그냥 너무 짜증이 나네요. 제가 진짜 그 손님을 얼마나 싫어했는데요. 스트레스 때문에 혀가 다 헐었었어요. 그런데...아...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러워요. 그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행동했어야 맞는건지도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멘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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