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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제 버릇을 너무나 걱정해주길래 헤어졌어요
게시물ID : menbung_337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오오력
추천 : 42
조회수 : 298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6/06/21 0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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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우여곡절 끝에 3월 초 남친을 얻었습니다. 저는 남친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친이 하자는거 다 해주고 하라는거 다 했습니다. 


남친은 저보다 2살 많지만 2년차 직장인이고요. 저는 걍 대학생이에요. 저희는 사귈 때 부터 데이트 통장 만들어서 더치페이 칼같이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 
용돈 40
데이트비 20

<오빠>
세후 수익 약 120
월세 60 <-중요!!!
데이트비 20
적금 10
기타 생활비 30


보시다시피 전남친 오빠의 사정이 빠듯해요. 그래서 오빠가 힘들게 자기 사정을 얘기했고, 데이트통장을 제안했죠. 


그럼 지금부터 이 남자가 제 버릇을 챙겨준 일화들을 설명합니다. 지금은 남친이 음슴으로 음슴체..
 

1. 
 
데이트통장 체크카드를 자신이 관리하고 자신이 긁겠다는 남친. 이유를 물으니 "어린애가 돈 쓰고 다니면 버릇 나빠져~" 


2. 

콩나물 국밥집에서 각자 국밥을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오징어 토핑을 추가하겠냐고 권유하심. 

나: 괜찮아요~
아주머니: 왜? 토핑 추가하면 훨씬 맛있는데..
나: 그냥 먹는게 더 좋아요

오빠가 그거 보고 앞으로 어른이 권하면 그냥 추가하라고 함. "어른들이 얘기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거야. 그런거 귀 기울여 들여야지 안 그럼 버릇나빠져~"

당연히 토핑은 유료ㅋㅋ
 

3. 

화이트데이. 비록 여자가 받는 날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만 홀랑 받는 건 먹튀같아서 사탕 한 병이랑 폰케이스를 준비함. 하지만 남친은 준비 안 함. 
"기념일 일일히 챙기면 나중에 버릇 나빠져~ 바라는게 많아져~"



4. 

모 김밥집에서 온면을 먹는데 거기 두부튀김이 들어감. 난 그거 별로 안 좋아해서 안 먹으니
"편식하면 버릇 나빠져서 낭비가 심해져~"

여기서 1차 폭발. 오빠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냐고 화냄. 



5.

지하상가에서 내 무지티 사려고 같이 감. '5천원 부터'라고 된 매장에 갔는데, 거기서 오빠가 옷 사줄테니 골라보라고 함. 내가 뒤적거리다 7500원 짜리 무지티를 고르니 안 사주겠다고.

"야금야금 사주는 금액 올리는거 받아주면 버릇나빠져~ "



6. 

분식집에서 별 생각 없이 오빠보고 국물 떠달라고 하니까 

"이런 거 사회에선 다 막내가 하는거야. 지금 오빠가 너 떠주면 너 버릇나빠져~" 

난 평생 막내만 한다니?


 
7. 

어버이날 시즌에 같이 부모님 선물 고르러 백화점에 감. 남친이 어머니 디퓨저를 사 드리려고 했는데 2개 사면 할인이 됨. 그래서 점원이 "어머니꺼 하나 사고 여친분도 하나 사 주면 되겠네요~"하니까

남친 겁나 진지하게 점원더러 "여기는 여자친구 선물 사러 온 자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선물을 사주게 되면 여자친구 버릇이 나빠집니다."


2차 폭발. 오빠는 나랑 연애를 하는거냐 양육을 하는거냐, 무슨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찍냐고 버럭댐.



8.

한동안 잠잠하던 오빠. 며칠 전 우리의 50일이 되었고, 오빠가 50일 선물로 나한테 모 쥬얼리 브랜드의 은목걸이를 사주겠다고 했음. 

그런데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거기 목걸이가 8만원 부터 시작임. 오빠가 최근에 재정난이 심해서 8만원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평소 꾸준히 쓰다 얼마 전 바닥을 드러낸 샤넬 립스틱을 대신 사달라고 오빠에게 부탁함. 품명과 구매처까지 상세히 알려줌. 

립스틱은 4만 천원. 당연히 오빠 무안할까봐 가격은 말 안함.


그런데 막상 50일날 오빠는 목걸이를 가져옴. 나는 오빠가 일부러 싼걸 고른 내 마음을 읽고, 무리해서 목걸이를 산 줄 알고 감동 받아 펑펑 울었음.


근데 남친에게 "ㅠㅠㅠ왜 이 비싼걸 샀어 내가 립스틱 사라니까ㅠㅠ" 하니까 남친 왈. "샤넬같이 비싼거 사주면 너 버릇 나빠질까봐ㅠㅠ 미안..."


3차 폭발. 
내가 품명까지 적어줬는데 오빠는 검색하지도 않고 나를 사치녀 취급한거냐고 버럭댐. 오빠는 샤넬이 10만원 넘는 줄 알아서 검색도 안했다고 함. 립스틱이 금도 아니고 무슨... 



9. 

대망의 파이널. 
어제, 종강 기념으로 놀다가 오빠한테 내가 쓰는 가계부 앱을 추천해줌. 오빠는 고맙다고 그거 다운받아서 열심히 한달치 기록을 하다가, 갑자기 "어 이거 다운됐나 취소가 안되네..."라고 함. 


그 때 진동벨이 울려서 오빠가 내려가고, 나는 왜 안되지 하면서 오빠 폰을 봤는데...

월세가ㅋㅋㅋㅋㅋㅋ 40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몰랐음. 월세 60이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는걸. 근데 우리 동네에서 직방 켜보면 60짜리 월세가 많아서 (원룸촌이 없음) 오빠가 월세 60이라 했을때 믿었음.


그러니까 오빠는 사실 내가 알던것 보다 20만원이나 여윳돈이 있었고, 그 여윳돈을 나한텐 숨긴 거. 솔직히 매우 서운했지만... 오빠는 남자고 직장인이니 나보다 훨씬 돈을 많이 써야 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질책했음.


오빠가 오고 나는 설명함. 정말 미안하다, 내가  오빠 실제 월세를 알아버렸다. 오빠가 그럴 수 밖에 없던 사정 이해한다. 생활비+직장인 품위유지비로 50은 너무 버거울거 같다. 앞으로 혹시 돈 문제 생기면 부끄러워 말고 나한테 말하고 같이 생각하자.


그러자 오빠가 털어놓기를...
"미안해ㅠ 사실 여윳돈은 있었는데 너한테 학생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사주면 너 버릇 나빠질까봐ㅠㅠ"



그 말 듣고 아이스티엔 손도 안대고 헤어지자 했어요. 내 버릇은 내 부모가 챙긴다. 나는 너한테 양육당하고 싶지 않고, 너한테 효도를 하고 싶지도 않다. 




  
ㅎㅓ허... 그렇게 또 한 연애가 끝났네요.
살면서 이런 돌아이는 처음 봐요. 우리 할아버지도 이렇겐 안하셨어요. 그런데 고작 2살 많은 오빠가 이러리라곤ㅋㅋㅋㅋㅋㅋ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천연기념물이래요. 천년에 한번 나오는 돌아이라서... ㅎㅎ 

 
쪽팔려서 베스트 금지 펌금지 했어요. 이거 퍼가는 분은 제 전남친과 결혼할 겁니다. 퍼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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