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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꿈만있는 은행 청경입니다.
게시물ID : menbung_372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펙스
추천 : 11
조회수 : 1378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6/09/09 14: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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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대학을 다니다가 결국에 학업을 포기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던 음악을 배우고 있는 29세 청년입니다.

집과 지인들은 분명히 반대할 거라는걸 잘 알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고 있죠.(아직 졸업을 못해서..)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아서 청경 일을 하며 음악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집을 나서서 은행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 뒤엔 "토익학원 가~" 라며 개인레슨을 받으러 다닙니다.

하루종일 서서 내방 고객 응대하고 동전 기계와 씨름하고 지점 내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거처가는 곳이라고, 음악을 배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티고 있었는데..

오늘은 기어이 멘탈이 터지네요.


다들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타인이 ATM에서 돈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그 금액은 ATM에 반납될때까진 절대 만져선 안됍니다. 은행에 맡기기 위해 또는 주인을 찾아주려는 선행을 한다며 그 돈에 손 대는 순간..

돈 주인이 원하면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청경도 마찬가지에요. 

누군가가 돈을 출금 했으나 출금 매체만 가져가고 돈을 놓고 갔더라도 절대 만져선 안됍니다.



그런데 오늘.. 어떤 할아버님께서 돈을 주워다가(?) 저에게 주인 찾아주라며 건넨 일이 생겼어요. 제가 너무 놀래서 주인 없는 돈을 건드리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 드렸죠.

그러자 다짜고짜 '내가 알았냐!?'며 소리를 지르시곤 그 뒤로부턴 비트위의 나그네마냥 욕을 퍼부으시네요..

네.. 이런 어르신들 종종.. 아니 자주 계시죠.. 이럴때마다 '아 놀라셔서 그런가보다..'합니다만, 오늘은 단 한마디가 저를 무너뜨렸네요.


"니가 이렇게 사는거 니 애미 애비가 아냐? 은행 문지기나 하는 놈이 뭐 잘났다고 가르치려 들어?"

네. 토시 하나 안틀리고 저렇게 말하더라고요.



주변의 결혼 소식이나 누구나가 원하는 곳의 취업성공 이야기를 들을때면 '난 그들과 다른거야. 난 틀리지 않았어'라며 자위하고 있었는데.. 저 한마디가 제 소신을 뒤흔들고 제 멘탈을 터트리네요.

후..ㅋㅋㅋㅋㅋ

너무 당황해서 제가 뭔 글을 쓰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굉장히 수치스럽고 제가 인생 낙오자란 느낌이 들어서 몹시 괴롭네요.



저는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라고.. 제가 아닌 다른 이에게 들었으면 하는 하루네요... 전 이만 근무하러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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