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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1년동안 일하면서 만난 고객님들
게시물ID : menbung_409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돼지가꿀꿀꿀
추천 : 3
조회수 : 7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7 00: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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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작성했던 마트에서 만난 이상한 부모들에 달린 댓글들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부디 한국도 미국처럼 아동학대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면 좋겠지만 어느 세월에 될려는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네요.

요번에는 부모 외에 일반 고객님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1. 반말 하는 고객님

가장 흔합니다. 이제는 진상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당연한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20대 후반입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몇 백명의 전체 직원들 중 나이 순으로는 뒤에서 10명 안에 듭니다.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좀 있으십니다. 30대 후반에서 50대까지. 그리고 거의 여사님들.

그런 마트에서 반말을 하는게 당연한게 되어버렸습니다.

마트 직원분들, 다 그 주변 사는 분들입니다. 

고객들의 이웃일 수도 있고, 동호회나 각종 모임에 같이 소속되어 있는 회원일수도, 같은 학교의 자식을 보내는 학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직원분은 자신에게 쌍년 미*년 욕하면서 반말로 소리지르던 고객님을 학부모회의에서 만나셨습니다.

그런데 직원분들 사복 입으면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도 잘 못알아봅니다. 당연히 고객님들은 알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직원분, 그 고객님에게 본인 기억하냐고 물어보셨답니다. 잘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말하더랍니다.

나에게 쌍년이라 하지 않았냐고 기억 안 나냐고 

고객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시면서 오늘 처음 뵈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시냐고 성을 내시더랍니다.

나 00마트 00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기억 안나요? 

그 뒤로 고객님은 다시는 회의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아, 그리고 고객님이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른 이유는 문화센터 수강신청이 선착순 마감되어서 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것들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은 시식행사를 진행하시던 여사님께 고객님이

이거 뭐야? 이건 뭘로 만들었어? 어떤게 더 좋아? 아, 그래? 알았어

참고로 여사님은 손자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고객님은 많아도 40은 안되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고객님은 시식만 드시고 가셨습니다. 여사님과 저는 서로 마주보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쳤습니다. 


2. 계산 전 상품 개봉

이건 제가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이기 때문에 유난히 민감한 문제로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계속 하고 있지만, 말하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마트 상품은 계산 전까지 마트에 속합니다. 

계산 전에 상품을 뜯는다는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에 집에 가서 허락도 없이 냉장고 문 열어다가 막 꺼내먹는거랑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안전요원이 마트에서 계산 전에 과자나 음료를 먹으면 제지 하는게 맞지만 할 수 없습니다. 

고객님이 그러기를 원하시니까요. 클레임이 걸리면 징계를 받으니까요. 그냥 보고 가만히 있습니다.

상품을 개봉하는건 좋습니다만, 먹고 버립니다. 그냥 버리는 것도 아니고 구석에 쑤셔박습니다.

마트는 우유 한개, 맥주 한캔, 과자 한 봉지 모두 하나의 재고입니다.

그 재고량을 보고 발주를 하고, 정기적으로 재고 조사도 합니다. 재고가 많이 다르면 담당 직원 혼납니다. 많이요. 

징계를 받고 진급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계속되면 감봉도 될 수 있습니다. 

몇 달 전, 맥주 행사를 했을 때 저는 보았습니다.

주류 파트에서 고객님들이 먹고 버린 맥주캔들을 모두 모아서 폐기처분을 하던 것을요.

그때 3일만에 카트 한대 분량의 맥주캔이 나왔습니다. 찾은 것만 그 정도입니다. 못 찾은 갯수는 주류 담당님이 아십니다.

그리고 주류 담당님 혼났습니다. 많이 혼났습니다.

개봉하고 먹는 것도 좋습니다. 계산만 해주세요. 아니, 먹고 남은 상품은 보이는 곳에 버려주세요. 

그러면 해당 직원이 발견해서 정상적으로 폐기처분이라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지금 제가 일하는 매장 상품들이 재고가 많이 틀립니다. 창고를 다 뒤졌는데 물건이 없어요. 




3. 계산 후 마트 재입장

이건 정말 고객님과 직원 사이의 입장차이입니다. 정말 많이들 모르시는 부분이라 적어보고 싶습니다.

마트 계산대 옆이나 들어가는 입구에 보면 삑삑 소리나는 사람키만한 기둥이 있고 그 옆에 마트 유니폼이나 정장을 입은 안전요원이 서있습니다.

카트를 뽑아주거나, 장바구니를 갖다주거나, 마트 안내를 도와줍니다.

그리고 도범도 잡습니다. 가장 중요합니다. 안전요원의 존재는 도범을 잡기 위해서 입니다.

고객님들이 간혹 계산을 마친 후, 매장으로 재입장 하시고 다시 나가는 과정에서 계산대가 아닌 안전요원이 있는 곳으로 나가시려면 

영수증을 보여주세요.

다른 매장은 잘 모르겠으나 카트나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고 매장을 나가려하면 안전요원이 제지하며 계산대를 안내해 줍니다.

만약 계산을 한 후 라면 영수증을 제시해주세요. 

왜냐구요? 안전요원은 고객님이 갖고 계신 물건이 계산이 된 건지, 안 된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안전요원 눈에 컴퓨터가 달려있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지요.

그런데 안전요원이 영수증 있으시냐고 물으면 10 중 8은 소리지르고 욕하면서

내가 도둑으로 보여? 내가 이거 계산도 안하고 나갈 것 같애? 사람을 뭘로 보고! 

네. 도둑으로 보여요. 솔직히 말할까요? 정말 도둑으로 보여요. 야이 도둑놈아.

고객님이 계산하신 사실은 고객님과 pos기만 알고 있습니다. 

제발 계산을 하시면 영수증을 꼭 받으시고 마트를 완전히 나가실 때까지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가 일하는 매장은 안전요원이 자주 바뀝니다. 하도 고객님들이 욕하고 소리지르고 무섭게 해서요. 

안전요원은 말만 안전요원이지 용역업체 아르바이트생들입니다.

아무런 권한이 없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50대 아저씨가 21살 안전요원에게 내가 도둑으로 보여!!라고 소리지르면서 욕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건 안전요원이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전요원은 사무실가서 이번엔 관리자에게 또 혼납니다.

저도 안전요원으로 일했을 때, 걸레같은년 미*년 쌍년 별별 년 다들어봤습니다. 모두 영수증 제시 없이 그냥 나가려고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웃으면서 말해도 화냅니다. 그래서 다양하게 해봤습니다. 웃어도 보고, 무표정으로도 해보고, 간신처럼 두손 비비면서 말해도 보고, 

호들갑 떨면서도 해보고, 사투리 쓰면서도 해보고, 어디가 아픈 것 같은 표정으로 해보고, 아무리 해봐도 도둑 취급당했다고 기분 나쁘다고 하십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객님이 계산하신 사실은 고객님과 pos기만 알고 있습니다.

영수증은 꼭 갖고 계세요. 꼭. 제발.



4. 시식행사를 이용하시는 고객님

마트의 꽃은 시식입니다. 저도 시식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 시식 꽁으로 하는거 아닙니다. 하루 할당량이라는건 없지만, 많이 못팔면 혼납니다. 

시식 이용하시는거 당연합니다. 좋습니다. 시식 자체가 고객님들 드셔보시라고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식사는 하지 마세요. 제발. 시식은 맛을 보라고 하는거지 식사를 하시라는게 아닙니다.

아줌마 3명이 시식으로 사과 세개 분량 드시는 것도 봤고, 아이 엄마가 3번, 4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한움큼씩 귤을 쥐고 아이에게 먹이는 것도 봤고,

할머니가 손녀 주고 싶다면서 자판기 종이컵을 구해오셔서 포도를 꾸역꾸역 담아가시는 것도 봤고, 

비엔나 소시지 시식하시는 분이 잠시 자리비우는 사이에 봉지째로 털어가는 것도 봤고, 

술 시음 행사 알바 학생에게 아저씨들이 둘러싸고 아가씨 더 따라, 더 따라봐, 어디살어? 전화번호 알려줘, 

오빠랑 만나면 용돈줄게 이런거 하는 것보다 휠씬 많이 줄게. 라고 하시면서 20살 여자알바생에게 추근덕 거리는 것도 봤고

할아버지가 시식 행사 알바생에게 사과 좀 크게 썰으라면서 니년은 집에서 애미애비한테 그따위로 자르냐 라며 소리지는 것도 봤고,

애기엄마들이 저 시식아줌마는 꼭 엄청 작게 잘라서 주더라 더러워서 안 먹는다 라며 뒷담화 하는 것도 봤고, 

아이아빠가 5살 정도 된 딸에게 저기 아줌마한테 배고파요. 빵 하나만 주시면 안돼요 해봐 라고 시키는 것도 봤고,

시식대 쓰레기통에 가래침 뱉는 것도 봤고,

시식 행사하면서 느낀건 인간이란 이렇게 드럽게 처먹는 존재였나 였습니다.

그래서 입 가리고 먹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도저히 제가 먹는 모습 누군가에게 못 보여주겠어요.




마트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보았던 고객님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정말 알리고 싶은 고객님들은 못 적겠어요. 쓰다보면 또 열받아서요. 

마트는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별 희안한 사람들이 다 옵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들도 있어요.

몇 년 전만해도 계산대에서 물건 집어던지고 웃통 벗고 그랬다던데 요즘엔 그런 일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휴대폰 덕분에요. 대신 조용히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데미지는 조용히 이루어지는 일들이 더 커요. 

서비스직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주로 소규모 매장이었고 대형마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일해보는거라 당황스러울 때도 너무 많아요.

어떨 때는 이 사람 혹시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넷상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은거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저 내일은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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