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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이 돌아가셨습니다
게시물ID : menbung_45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소령
추천 : 13
조회수 : 1371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7/04/07 00:01:41
결혼 한지 1년 5개월
고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손에 키워져
나이가 들고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던 저에겐
장인어른은 조금 엄하시면서도 다가가기 힘든 분이셨지만
저를 진심으로 아들로 생각해 주시고 꾸짖어 주시고 다독여 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아버지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시지만, 제 딴엔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많이 따랐었습니다.

약주를 좋아하셨고 하루에 한갑이 남게 담배를 태우셨고,
장모님이 잔소리를 하셔도 껄껄껄 웃으시며 넘기시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평소에 약주를 하시면 집에 돌아가시는 길에 전화를 하셔서, "잘 살아야 한다", "자주 전화 해라", "혼자 계신 사돈에게 잘해야 한다" 라고 똑같은 말씀을 반복 하셨는데....

저번주에는 장인어른과 단둘이 만나서 시장에서 육회에 소주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했고, 본인이 자주가시는 당골집이라며 순대집에도 갔었고, 처가댁에 가서 장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으시면서도 "나 사위랑 술한잔 더 할라니까, 막걸리 한병 꺼내줘~" 라고 말씀 하시며 항상 웃으셨는게...

또 일요일에는 월미도 다녀오다 자네 동네 근처니 오리 먹으로 가자고 하셔서 장인어른, 장모님, 와이프, 저 이렇게 넷이서 소주 한잔 하면서 "오늘 우리 딸래미랑 사위랑 소주 한잔 하니 기분 좋구만~" 이라고 하시며 장모님, 와이프가 말리는 사이에 몰래 소주 한병을 더 시키셨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기별도 없이... 이제 장인어른이 너무 좋아지고 이런게 아버지에 대한 느낌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았는데... 

저는 또 앞으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쌓일 기회가 없어졌네요.

장인어른, 아니 아버님에 해맑은 웃음이 그리워 질때마다, 어느날 문뜩 오후 9시쯤 전화벨이 울리면, 장모님의 꾸지람을 들을때, 아버님이 자주가시던 순대집에 갈때... 소주 한잔 하면서 아버님을 그리워 하겠습니다.

부디 좋은곳에 가셔서 그 보기 좋으시던 웃음 항상 끊이질 않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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