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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이 너무 달라요.
게시물ID : menbung_53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금더웃자
추천 : 10
조회수 : 1167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7/09/15 20: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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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쁜 자수 들어간 티를 샀어요. 오랜만에, 한 눈에 쏙 들어온 물건을 사니 기분이 좋았죠.

너무 좋아서 일기에도 썼어요. 꽃무늬도 그려가면서요.

"겨울 가을 날 옷 샀다!"..하고도 쓰고요.


근데 오늘 일기는 딴판이네요.

오늘 건강검진하러 갔다가, 초음파를 봤어요.

작년엔 보기만 하고 나갔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이것 좀 듣고 가세요" 하시더군요.

뭐지 싶어서 옆에 가니까.. 선생님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비장이 좀 커졌네요"하세요.

정상 크기는 10cm 정도인데 저는 13cm래요.

그러면서 내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여러 원인이 있긴 하지만 혈액암이나 백혈병 때문일 수 있대요.

사실 그 때부터 머리가 멍해졌어요. 생각이란 거 자체가 안되더군요.


같은 병원에.. 내과 가서 접수하고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위에 이유로 왔다..

검진장소가 매년 같아서, 선생님이 몇 년간 기록 보시더니 말씀하시더군요.

"작년엔 괜찮았는데, 갑자기 커졌네요. 근데 비장 안에 혹이나 그런게 있는거 같지는 않고.. 어차피 검진하느라 피뽑았으니까 그 결과부터 보고 생각해봅시다. 당장 할 수 있는거는 없으니 돌아가심 될거 같아요."

네..하고 나왔는데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결과가 나쁘지 않은 쪽으로도 나올 수 있다지만... 아닐 수도 있더군요.

지금껏 알지도 못하던 장기 하나가 절 이렇게 고통스럽게 할 줄이야.



첨엔 억울했어요. 술도 담배도 안하고, (물론 운동이야 최근에야 시작했지만...) 일찍자고 착실하게 살아왔는데.

솔직히 가족력으로 폐암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있어서 그쪽만 예민했는데, 완전 다른 분야네요.

저요, 고작 작년에 결혼했고.. 이번 년도에 막 아이 낳았어요.

사정 상 1년 못 쉬고 복귀해야 해서 6개월 된 아기 친정에 맡기고 주말마다만 보러가요.

나름 꿈이 있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보고 했는데.. 다 끝난 거 같이 무섭더군요.

'죽음'이라는 거.. 머리로는 항상 생각해왔어요. 가는 데 순서없다는거 알죠. 근데... 그게 심장에, 가슴에 박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남편한테 말하고.. 결과 나올 때까진 (3주 걸린다네요) 힘을 내보자고 했지만.. 무서워요.

남편이랑 같이 운동도 하고, 노니 주스도 챙겨먹고 이것저것 해볼건데.. 왜 무섭죠? 확실하지도 않은데.





생각해보니 저, 예전에 폐렴으로 고생했을 때.. 백혈구 수치가 잘 안올라왔던 적이 있기도 했어요.

복잡하네요.

우습게도 퇴근해서 펑펑 울었어요. 죽기 싫다고요. 마음이 진정이 안되요. 아무 일 없을 거라구, 그럴 거라고 생각하려는데 왜 잘 안될까요? 바보같아요 제가. 지금도 눈물 나네요.

진짜 우스운데, 이 복잡한 심정을 어디다 털어놓기가 어려워서 여기다 써요. 저 진짜 웃기죠.. 아무것도 결론 안 났는데. 그런데...

이미 마음 아파하는 남편한테다도... 아기 봐주시는 거 때문에 늘 죄송스런 부모님한테다도.. 더 짐을 주기가 싫네요.

다 괜찮겠죠? 저 이제 고작 20대 후반인데요.

오늘이 오기 전엔, 내년에 집 구해서 아기 꼭 데려오자, 아기랑 고양이랑 같이 키우자, 이 생각만 했는데.

힘 내야하는데.

3주일 뒤에... 아무 일 없을 거라구, 조금만 응원해주시면 안될까요?

조금만..
출처 원래 아이디로 쓰려다가.. 혹시 알아보는 분 있을까봐 새로 파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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