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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게시물ID : menbung_192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생겨.
추천 : 0
조회수 : 5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06 02:25:20
 
 내 운은 항상 1년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다닐때엔 신축 공사 때문에 새 건물에서 1년 밖에 지내지 못하였고
 중학교 다닐때에도 신축 공사 때문에 바닥이 항상 축축하고 겨울엔 학교 방침으로 히터틀지 못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1년을 공부해야 했고
 고등학교 역시 1년만 더 늦게 들어갔더라면 양식을 배웠을 것이다.
 변변찮게 수시로 들어온 대학 또한 1년만 더 늦게 나를 돌아보고 정말 하고 싶은것을 찾았더라면 물론 대부분의 후회는 나의 갖추지도 못한 주제에 생긴 안일함 때문이었지만 1년만 더 늦었더라면, 1년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왠지 이 사소하다 할 수 있는 불행 같지 않은 불행들을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확신 때문에, 막상 들어간 대학생 1학년의 시절이 생각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결심을 했다.
 
1년을 휴학했다.
 
 그렇다고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니 거희 대부분은 놀았지만 힘든 뱃일도 해보고 그렇게 내가 번 돈으로 서울에서 학원도 다녀보고 안일함 때문에 놓친 기간이 너무 아까웠지만 멀리 있는 친구들도 만나보고 나름 만족하는 휴학이었기에 후회하진 않았다.
 
 그렇게 복학한 2학년 학과 생활은 매우 다행스러웠다. 일단 가장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것은 같은 2학년 형들의 인성이었고 바로 위 학년 형 하나의 인성이었다. 1학기때 생각치도 못하게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 아 내 고집으로 인한 보상인가?"
 
" 드디어 내 운이 달하는가"
 
 이런 미신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지 잘 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다.
 
 버스 사고로 인한 신체 장애 때문에 군대도 가지 않는다. 남들보다 1년을 번 셈. 하지만 내 인생에서는 1년을 늦춘셈이다.
 
 다른 사람들 하고는 인생을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 시간은 타인과는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기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 과 붙이치게 되는 확률, 대충 운이라고 하자. 그 운으로 이뤄지는 사건 사고들에게서 1년 늦춰짐으로써 조금은 탄탄대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1년 정도 과거로 간 기분이었다. 1년 정도 늦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머리는 그렇지 않다고 계속 얘기 하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모두들 한번쯤 생각해본적 있을것이다. 지금 이 뇌를 가지고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면 소설에서의 무적 같은 존재인 먼치킨 주인공 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천재의 삶을 살꺼라는 상상. 그리고 나서 드는 '지금의 나는 너무 부족하다. 조금 더 경험과 지식을 담은 다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쓸데 없는 이뤄지지 않을 상상
 
 난 이 상상을 좀 간절하게 한다 싶을 정도다.
 
그래서 드는 만족감은 한동안 날 즐겁게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괜히 늦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늦췄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나서 드는 취업난에서, 나를 옳아매는 안일함에게서 .. 과연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내가 마음대로 늦춰버린 1년의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여분의 시간이 아니였을까.
 
 소중한 사람들과 무언가를 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처음으로 휴학했다는데에 있어 후회가 들었다.
 
 
열심히 하라고 나를 부추겼던 불운뒤에 교묘히 숨어있던 안일함이 정작 나의 적이었을까. 그 뒤엔 또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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