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무겁게한다 ->갑옷을 두껍게 한다
->칼을 무겁게한다 ->갑옷을 두껍게한다
이런 악순환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칼이 무거워진다고 금속 갑옷을 관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없게 될 뿐입니다.
갑옷도 마찬가지로 너무 무거우면 행동이 둔해지고 쉽게 지치므로 오히려 생존성을 떨어뜨립니다.
갑옷이 아무리 두꺼워도 틈새로 칼을 찔러넣으면 그만이기에, 갑옷은 방호력뿐만 아니라 무게와 방어범위를 적절히 분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전신을 보호하는 사슬갑옷과
풀플레이트메일의 무게는 별로 차이나지 않습니다.
사슬갑옷이 오랫동안 주류를 차지한 이유는
거의 전신을 보호하면서 적당한 무게에 적당한 방어력,
그리고 유연성까지 갖췄기 때문입니다.
로마나 가야같은 고대 국가들에서도 이미 판금갑옷은 등장했지만, 그 갑옷들은 팔다리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방어면적, 무게, 생산성 등의 문제로 널리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풀플레이트 메일이 가능해진 것은 두가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1) 금속의 열처리 기술이 등장하면서 강철의 성능이 파격적으로 상승했고, 덕분에 1~2mm정도의 얇은 두께로도 기존의 냉병기로는 뚫을수 없는 충분한 방어성능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전신을 판금으로 뒤덮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갑옷이 가능해졌습니다.
2) 갑옷의 인체공학적 설계가 발달했습니다.
몸통이나 팔다리를 감싸는 부분을 통짜로 만들면 충격을 분산시켜 방어력은 높아지지만, 유연성이 전혀 없어 팔다리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쉽습니다.
유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절 주위를 비우면 그만큼 방어되지 않는 약점이 늘어납니다.
풀플레이트메일은 통짜구조를 최대한 적용해 방어력을 높이고
관절부위까지 최대한 판금으로 뒤덮으면서도
팔다리와 어깨의 움직임을 거의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 풀플레이트메일은 적당한 무게에 움직임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갑옷을 입은채로 수영도 가능했다는 점이 현대에 검증되었습니다.
한편, 비슷한 악순환이 있긴 있었는데,
그것은 총의 발달이었습니다.
총기의 관통력이 발전 ->갑옷을 두껍게함
-> 총의 관통력을 더 높임 -> 갑옷을 더 두껍게 함
금속기술의 발전으로 갑옷이 미친듯이 튼튼해졌고,
총은 열처리된 판금을 관통할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총알을 막기 위해서 판금 갑옷은 점점더 두꺼워지고,
판금이 두꺼워진만큼 늘어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방어 부위를 신발, 손, 팔다리 순으로 덜 위험한 부분부터 줄여
여 나가다 결국 몸통을 보호하는 흉갑만 남게 되었습니다.
판금갑과 총이 공존하던 시대에 갑옷에 총을 쏴서 방탄 성능을 검증 했었는데, 거기에서 오늘날 방탄을 뜻하는 단어 bulletproof가 유래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