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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9: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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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의 경우...
우연이 아니라면 필연이라는 의미가 되는데,
필연적인 만남이 되려면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즉 '스토킹 했다'는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항상 다니는 길이 서로 겹쳐서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면 이 또한 필연일 수 있겠죠.
사실 어떤 사건의 필연성 여부는 문맥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필연인지 우연인지 밝혀 적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우리가 굳이 '우연히'라는 말을 하는 것은 그 사건이 '공교롭기' 때문일 겁니다.
즉, "뜻 밖의 사건을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여겨서입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에서는 '우연하다'에 대해
"어떤 일이 뜻하지 아니하게 저절로 이루어져 공교롭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필연성이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교롭다, 기이하다는 뜻까지 내포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우연찮게'라는 표현을 쓰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라 생각됩니다.
따지자면 분명 우연이지만, 그 사건이 너무나도 '공교로워'서 필연처럼 느껴지기에 '우연찮다'는 표현을 씁니다.
예를들면 '그녀와 우연찮게 마주쳤다'는 표현을 쓸 때는,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필연'이라는, 말하자면 운명 같은 만남이라는 뉘앙스로 사용하는 거죠.
그래서 국어사전에서도 '우연찮다'에 대해서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고 다소 애매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우연한 것과 우연치 않은 것은 정 반대이지만, 실제로는 '뜻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의미죠.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도, 우연찮다는 말에 의미이동이 발생해서
'우연히'와 '우연찮게'는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http://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61&qna_seq=9289
사실 어떻게 보면 세상 모든 일이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우연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 다르게 보자면 그 모든 일들이 우리가 알수 없는 필연들로 이어져 있기도 하니
우연히와 우연찮게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어쩌면 필연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