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84
2022-01-06 15:33:01
2
우리 외할아버지는 신의주에서 고을 훈장네 집안에서 나셨다.
고을의 유일한 교육자이고, 매 년 쌀을 만석을 냈다니 얼마나 부자였는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지. 그땐 조선시대에서 부를 세습해왔으니까 뭐…
외할아버지가 28년생이시다. 제일 혹독한 일제 후기를 버티셨지. 하지만 재물에도 한계가 있는 법. 가세가 점점 기울자 너라도 경성으로 가라고 해서 외할아버지만 해방 직전에 내려오셨고, 그 뒤로 영영 가족을 못 보셨다.
후에 중국 통해서 이북에 사업하던 지인들 이야기로 전해들은 바로는, 외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일제에 재산 뺐기는게 싫어 빼돌려다가 몰래몰래 독립군에 가져다줬단다. 신의주는 국경이 가까우니 어렵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일제에 재산을 축소신고하고 해방에 바치다가. 가산이 탕진되니 장남과 생이별을 했고,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은 공산당이 들어오면서 몰수당했다. 마지막까지 남겼던 고택은 25년 전만 해도 신의주에서 관청 건물로 썼다고 들었다.
외할아버지는 굶지 않으려고 군대에 들어갔고, 이등병때 전쟁이 터져 남쪽에서 새로 사귄 인연도 거의 잃으셨고, 청력도 잃으셨다.
나는 이 이야기를 35년을 듣고 자랐다.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에서는 극적인 드라마거리였지만, 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겐 흔하디 흔한 현실이었다.
모른다고 마구잡이로 지껄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