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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8 05: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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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한 경우라서 놀랍네요.
저는 일곱살 때였고 아홉살인 누나였어요.
친척집에서 보내졌어요. 경찰서도 갔다가 임시보호소? 같은데로 갔어요.
열댓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릇에 밥과 김치를 담아서 줬어요.
과자 한봉지를 받았는데 나중에는 왠지 다먹은 분유통을 핱아 먹은 기억이 있어요.
아주 어린아이도 있었던 곳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틀에서 보름? 정도 같아요.
그리고 어떤 가정집에서 하루 머물렀어요. 그집에 사는 형이 레슬링을 하며 놀아준 기억이 있네요.
거기서 보육원(흔히 고아원이라 불렸지만 고아보다 가정불화로 버려진 아이들이 많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일환으로 보육원이라고 불려요)으로 갔어요.
처음에는 모든게 갑작스럽고 조금 울다가 얼떨떨하고 그랬어요.
슬프거나 화가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보육원(고아원)은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달라요.
저는 처음 갔을 때 무서웠어요. 고아들의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이 드세고 왠지 불량하게 생각되니까요.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다들 자상하고 마치 한 식구나 가족 같았죠.
나쁜 일을 시키지도 않고 일을 시키거나 때리지도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고아원은 안좋은 일로 뉴스에 나오지만 대부분은 좋은 곳이에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서로 더 다정했나봐요.하지만 외로움은 피할 수가 없어요.
다들 웃고 있어도 그늘이 보였어요.
우린 매주(혹은 매일)마다 과자 한봉지나 라면을 받아서 먹었고
한 달에 한 번은 생일 파티를 했어요. 외국인도 오고 많은 바깥사람들이 와서 축하해줬어요.
학교를 마치고 이발소에 혼자 가서 머리를 잘랐는데
햇살이 따스해서 꾸벅꾸벅 졸다가
왠지 밥을 얻어먹고 돌아 왔어요.
근처에 있는 폐공장에 들어가서 버려진 작은 쇠구슬을 가지고 놀았어요.
풀이 웃자란 들판에서 박스와 골동품으로 집을 만들고 놀다가 와서
부엌인지 창고인지에 있는 큰통에 가득 담긴 오이를 꺼내 껍질을 벗겨서 고추장을 발라 먹었어요.
학교에서 가져온 우유를 얼려서 숟가락으로 퍼먹었어요.
용돈을 주면 통장을 만들어서 저금해줬어요. 그 보육원은 19세가 되면 독립을 시켰어요. 그 때 저금을 준데요.
일요일이면 교회를 갔어요. 그냥 거기 있다가 돌아왔는데
어느날은 왠지 가기 싫어서 숨어있다가 혼났어요. 혼나고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었죠.
잘 기억은 안나지만 별로울진 안았고 슬프지도 않았어요.
그냥 얼떨떨하다가 무섭다가 어색하다가 조금 슬프다가 익숙해졌어요.
어린아이란 원래 빨리 적응하니까요. 그때 있었던 일, 같이 지냈던 사람들 거의 다 있었어요.
전 다행이 한쪽 부모가 버려서 다른 부모님이 찼아줬어요.
나오는데 절차가 까다로웠다네요. 다시 버리는 경우도 많아서.
저는 오래있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버려진 기억은 고통스럽네요.
성인이 되어서 다 잊은줄 알았는데 감정은 그대로 더군요.
저는 지난일을 잘 기억 못해요. 친구들 이름도 같이 했던일도 희미해져서 추억 같은게 별로 없어요.
아마 방어기제 같은게 아닐까하는데 문득 옛날 일들이 떠오를 때면 좀 힘이 들어요.
마치 깊게 가라 앉았던 시커먼 것들이 진흙탕처럼 마음을 어지럽힐 때면 우울해지네요.
넌 다른 사람들보다는 괜찮은거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버림받았다는 건 잊혀지지가 않아요.
마음속에 상처받은 어린 내가 있다는 말처럼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때 버려진 어린아이가 있어요. 그때는 별로 울지 못한 내가 울고 있는 게 느껴져요.
영원히 낫지 않는 상처처럼 슬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잊어버렸어요.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아마 거기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잘했다면 버림받지 않았을까.'
'나 때문에 부모가 싸운게 아닐까.'
'나는 사실 아무 쓸모가 없던게 아닐까.'
'그냥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왜 태어난 걸까.'
'왜 버려진 걸까.'
'이 세상에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나봐.'
'부모에게도 버림받은 내가 살 이유가 있을까.'
물론 그때는 명확하게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의 생각이 두리뭉실하게 자리잡고 있었죠.
대충 강산이 몇번 지나니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네요.
하지만 아직도 어린 제가 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있기나 할까요. 많이 슬프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네요.
차라리 미웠으면 찾아가서 따지기라도 할텐데 아무 감정도 없내요. 사실은 미운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부모중 한 명이라도 다시 찾아줬지만 괜찮게 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어요.
아니 괜찮은 척일지도 모르지만요. 자기 자신도 알기 어려운데 부모는 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이상하게도 말도 없고 책만보는 저에게 친구들이 다가와주고 왕따도 당한적 없었어요.
지금도 사람이 무섭고 상처받는 게 무섭지만 간신히 보통사람 비슷한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네요.
저 아이들이 부모든 친구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