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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04: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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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구. 댓글 쓰신 분이 맞게 잘 쓰셨는데 아직 여친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으신 거 같아요. ㅜㅜ
자, 약사고 뭐고 떠나서요. 님이 입장을 바꿔서 보세요.
여친이 연로하신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서 예쁘게, 곱게 잘 컸고 대기업에서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몸이 안 좋은 이모가 계셔서 할머니, 이모 생활비를 여친이 대고 있어요. 심져 카드까지 주었는데 카드비가 매달 얼마나 나가는지는 ㅁ느릅니다.
님이 약사고, 솔직히 하루 12시간 가까이 내내 약국에 서서 환자들 상대하느라 피곤해요. 남들 보면 약국일 편해 보이지만 박카스 한뱡 서비스로 달라며 으름장 놓는 어르신들 상대하다 보면 사리 쌓이고, 자잘하게 놓인 비타민 같은 거 슬쩍하려 드는 사람들에 신경 예민해집니다. 게다 처방전 받으면 고혈압이나 당뇨 상태에 따라 비슷하지만 퍼센트나 뭐가 다른 약을 넣어야 하니, 혹시 고구마 20을 고구마 25로 잘못 보고 넣었는지 주의해야 하고요. 잠깐 좀 앉았다 싶으면 누가 들어와서 냉큼 일어나는데 길 물어보는 사람이고.
남들은 그저 쉽게 돈 많이 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님은 12시간씩 근무하는 입장에서 남들 말이 기분 나쁩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열심히 돈 버는데, 여친과 결혼하면 할머니나 이모가 아프실 때-연세가 있으시니 이제 본격 아프실 때기도 하지요- 그분들 병 수발이나 병원비, 돌봄비는 여친만 내겠나요? 여친 월급이 짱짱해서 한 달 병원비가 몇 백만원 들더라도 그거 내고도 월급이 충분할 정도로 남는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한두 달이지, 몇년을 아프신 분들 병원비로 여친 월급에서 다 나갑니다.
어라? 그러면 아프신 동안은 여친이 봉양해야 하고 간혹 상태가 안 좋으시거나 중요한 검사는 직접 모시고도 가야 합니다. 한 분도 아니라 두 분을요. 그러면 자녀 계획은 물 건너 가는 겁니다. 여친도 임신하면 회사를 휴직해야 하는데 솔까 회사에서는 그럴거면 퇴사하라는 분위기니 휴직 못하죠. 임신으로 회사 그만두면 병원비는 고스란히 남편인 님 몫이 되는데, 한두 푼도 아니고 매달 병원비와 아프신 분들 생활비로 몇 백을 달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님은 결혼했으니 이쁜 아가를 갖고 싶고, 아가와 아내와 알콩달콩 살고 싶은데 아픈 분들 돌봄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여친은 퇴근 후에는 병원 다녀 오느라 늦게 오거나 가끔 병원에서 자고 오기도 합니다. 당연히 집안 살림은 소홀해져서 가사도우미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약국 문 닫고 피곤한 몸으로 오면 환한 불빛과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아내가 보고 싶은데 썰렁한 빈 집 뿐입니다.
그리고 약사 벌이가 좋다지만 집 대출금, 본인 부모님도 연로하신데 매달 용돈, 보험 등등 생활비에 아내 쪽 할머니와 이모 병원비 몇 백까지??
결혼했으니 남이 아니라 가족이다, 애써 생각해 보려 하지만 내가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토욜도 나가서 근무해서번 돈을 몇십도 아니고 몇백이나 매달 것도 기약없이 계속 내야 한다?? 그러면 이 여자와 결혼하지 말아야 했나 후회스런 감정이 들 수 있습니다.
여친분은 지금 그런 생각을 하니 남친 입장은 이해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나 고민되고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나 곰곰 씹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후회스러울 겁니다.
여친분을 이기적이라고 생각지 마시고요. 여친분이 굉장히 이타심이 큰 게 아니라면 뻔히 보이는 후회스런 결혼 생활에 자신 있게 생각하기 힘듭니다. 당장의 카드 사용 중지나 용돈, 생활비 액수 줄이는 것만이 답이 아니란 겁니다.
저는 두 분 헤어지시는 게 맞을 거 같아요. 만나더라도 연애만 하시되 결혼까지는 한쪽이 완전히 포기하고 희생을 결심하거나 아니면 철저히 재산 관리를 각자 하면서 집 대출금, 생활비만 공동으로 내서 지내며 자기 가족은 각자 챙기기로 선을 긋는다면 모를까요.
제가 이래 말 안 해도 여친분이 결혼 얘기에 확답 못하고 시간만 끄시다가 헤어지자고 하실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