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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02: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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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할까...
우선 친일파 또는 반민족행위를 한 집안이라는 낙인은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난 후 세상에 대한 인지를 하기 시작한 나이부터 집안의 원조를 끊고 자급자족하며 살아왔다면 모를까...
홍자매를 포함해 여러 친일 집안의 연예인들이 직접적으로 친일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재산으로 이제까지 살아왔으니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도 말했듯이 "친일 행적이 분명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라고 하더라도 선대의 잘못을 무조건 후대에게 추궁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경우는 후대의 자손들이 선대의 잘못이 얼마나 비인륜적이고 그릇된 행동이었는지 깨닫고 반성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반성을 하기는 커녕 도의적인 책임도 모르고 살아가는 친일 후손들에게 관대함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확실하게 조져야죠.
이게 예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자신의 경우를 보자면... 일단 저도 상당히 나이가 든 후 알았습니다만, 제 친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분이고 저는 사진 외에는 용안조차 뵙지 못한 분이라 딱히 어떤 감정도 없습니다만... 일본인 아래에서 뒤치다꺼리하며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솔직히 조금 소름이 돋았습니다.
친일 행적을 했는지까진 분명하지 않지만,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했겠죠. 그 시대에는 그렇게 해야만 돈을 벌 수 있었고 살아남을 수 있던 시대였으니까요.
하지만 돈을 많이 벌었어도 그 돈의 상당액이 우리 집안의 재산으로 귀속되지 않고 할아버지의 형제, 그러니까 큰 할아버지 내외분들에 의해 모두 탕진됐다는 후속 사실을 들었을 때에는 차라리 후련했습니다.
저는 민족주의자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될 수 있으면 더러운 돈은 지양하자는 주의라서 그렇게라도 탕진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여겼거든요.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어찌됐든 친 할아버지께서 돈을 버시는 과정에는 한국인의 눈물이 섞였을 겁니다. 이게 참... 저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빚진 기분이 들어서 찝찝하더라구요. 그래서 이후부터 저는 위안부 피해자 봉사활동이라던가 일본과 대척하는 행사가 있으면 기존보다 더더욱 관심을 갖고 실천하며 지켜봤습니다.
저 또한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 사람이고 그게 인생의 최우선 목표인지라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는 이상 실천하기란 어려운 현실입니다만... 그 시간이라는 것은 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여유 시간을 만들어 봉사나 기부 등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일제 치하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성장한 제가 감당해야 할 일종의 굴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