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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13: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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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저번에 링 위에서 싸우는 권투선수의 비유를 들었는데, 그 이유는 '과학'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서로 대립되는 주장끼리 죽어라 치고받아서 안 쓰러지고 버티는 쪽이 살아남는 투쟁의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그 투쟁에 '참가'를 하려면 일단 자연에 대한 어떤 설명을 가지고 나와야 남을 때릴 수도 있고 남에게 맞을 수도 있는 거에요. 그런데 창조론은 두 가지 타입 모두 여기서 문제가 생겨요.
1) "성경에 쓰인 그대로 생물이 6천년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큰 변화는 겪지 않았다"며 자기 나름의 설명을 가지고 나오는 창조론의 경우, 너무나도 허접하고 빈약한 싸움실력으로 링에 올라왔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반대 증거에 두드려맞으며 순식간에 KO당해 쓰러지고 퇴장하게 됩니다. 혼자 방 안에서 만화로 복싱 공부하며 실전에 통하지 않는 엉터리 실력만 갖추고 멋모르고 올라왔다가 나가떨어지는 문외한과 비슷한 신세죠.
2) "과학적으로 무슨 현상이 발생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창조주가 존재하고 창조라는 현상이 있었다, 자세한 현실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다"는 방식의 창조론은 자기 나름의 설명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므로 애초에 싸움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링 위에 올라올 수가 없습니다. 팔 들어올릴 힘도 없는 노약자를 권투선수가 때릴 수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