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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10: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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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내에 갔다가, 달인에 나왔다는 초대형 핫바를 판다는곳을 찾았다.(지금은 없어짐)
줄서 있더라. 핫바 두개를 시켰다. 앞에 아저씨 한분이 핫바를 들고 캐첩통을 들고 볼펜 점 찍듯이
한입 먹을 크기마다 점을 찍더라. 통에는 "매운맛"이라고 써 있었다.
젊은 여자 사람 둘이 나타나서 핫바 두개를 시켰다. 매운 소스통을 들더니 일자로 쭈욱 짜더라.
판매하던 아저씨는 "어~... 그거 매워요".. 여자 사람 한명이 대답했다. "저희 매운거 잘 먹어요"
여자 사람은 핫바를 들고 유유히 없어졌다.
나는 포장이라고 도시락통에 담아 주었다. 나도 매운것을 잘 먹는다. 마누라는 더 잘 먹는다.
나는 일짜로 쭈욱 세번 짠뒤 지그재그로 위에서 아래로, 마누라껀 아래에서 위로 지그재그를 그었다.
주차 공간이 좋지 않아 차로 뛰어왔다. 마누라는 핫바 두개에 꼬치를 꿰어서 하나는 나를 주었다.
핫바는 맛있었다. 마누라도 핫바가 맛있다며 열심히 먹었다.
시간이 30초쯤 흘렀을때.. 나의 핫바가 딱 한입정도 남았을때.. 왔다.
처음엔 참을수 있을줄 알았다. 매운맛은 좀 참으면 가시고 알알한 기분만 느끼면 될것이기 때문에..
신호를 먼저 보낸건 마누라 였다. 못참겠다고, 물을 달라고.. 차에는 물병 작은것에 물이 반 담겨있었다.
마누라가 워샷했다.. 나도 물이 필요했다. 편의점.. 편의점을 찾아야 한다. 아.. 매운건 입인데 왜 눈 앞이 흐려지는가.
시야각은 좁아지고 촛점은 흐려지고 있었다. 그때 매운맛으로 유명한 실비집 근처에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차는 아무렇게나 세워놓고
편의점으로 달렸다. 무단횡단... 이 매운맛은 차에 치이는 것 보다 더 극심했다. 편의점에 뛰어들어 물을 찾고 있었다.
시야각은 더 좁아지고 눈의 촛점은 제 기능을 상실하여 몸을 앞뒤로 움직여야 물체가 보이는 지경이였다.
물을 큰것 샀다. 다행히 계산대에 사람이 없었다. 부랴부랴 주머니를 뒤져 오천원짜리를 꺼냈다.. 물값 이천오백원..
점원은 이천원을 준뒤 굳이 백원짜리 다섯개를 세어서 나에게 줄듯 하다가 다시 백원짜리를 한개씩 세고 있었다.
"백원.. 이백원.. 새새끼. 삼백원.. 죽을래..사백원.. 그냥가자.. 오백원.. 여기 있습니다." 씨부럴놈..
내가 살면서 짧은 시간에 누군가에게 이렇게 심하게 저주와 욕을 퍼부은 적은 없었다.
나중에 생각 난거지만 잔돈을 포기하는 편이 나았을것이다.
다시 무단횡단.. 차로 돌아오는 길에 내 입엔 1.8리터 생수가 꺼꾸로 쳐박혀 흐르고 있었고..
차로 돌아왔을땐 조주석 문이 열려있고 마누라는 토하는 자세로 침을 뱉고 있었는데 침이 입에서 늘어져서
1미터 정도 매달려 있었다.. 딱히 더러워보이진 않았다.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얼굴엔 온통 땀을 ..
군대에서 PRI 두시간 받고 동료의 얼굴을 봤을때와 같은 기분이였다.... 마누라에게 큼 물통을 건네고.. 나는 편의점으로 다시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