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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0 12: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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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8일 이른 아침 아파트의 초인종이 울렸다.
아내는 의아해하며 문 쪽을 향해 물었다.
"누구세요?", "S대 H교수입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짧게 깎은 머리를 들이밀며
"서울지검 수사관입니다. 백병걸 교수 체포영장입니다"
수사관들은 학교 실험실과 집을 동시에 급습하고 구석구석을 마구 뒤지더니 ...
H교수는 백신 사고 후에 검찰에서 전문가로서의 아낌없는 진술로 검사의 기소를 도움으로써
나를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어둠 속에 머물게 ...
당시 경상도 한 목장에서 쌍태아 생산을 위한 시험이 백신을 맞고 유산해 실험을 망쳤다는 사람이 H교수이었다.
그는 검사에게 나의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백신 균주가 병원성이 회복했다', '균량이 틀리다', '시험에는 임신한 소가 없었다', '백신개발자 슈릭박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며 진술했다.
사고의 원인을 나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
증인은 당연히 H교수였는데 그 또한 재판에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에서 수십 페이지의 신문조서를 통하여 검사로 하여금 날 구속토록 죄목을 만들어 준 그가
검찰 측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 년간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H 증인! 출두하지 않았습니까? 강제 소환 조치를 취하고, 다음부터 나오지 않을 때마다 벌금형에 처하세요. 한 달 후 속개합니다"
판사의 음성은 준엄하였다.
그 후에야 H교수는 5명의 호위무사들을 대동하고 법정에 나타났다.
그땐 그가 24시간 그림자 밀착 경호를 받는 국가 최고의 과학자로 변신되어 있었다.
백병걸 박사 회고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