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
2004-11-19 23:55:25
20
저는 경찰이 아니지만 객관적인 경찰 직무집행의 입장에서 아는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님이 하신 신고는 112였죠. 112는 파출소 일반전화번호로 하는 신고와 처리방법이 다릅니다. 112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사후보고를 상황실에 해줘야 하기 때문에....좀 더 정확한...확실한 처리를 해야 하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수가 없습니다.
이미 관내의 모든 무전기에 다 알려져있고 상황실에 녹음도 되어있으니...
그렇기 때문에 일단 당시 출동한 경찰들은 '분명히 처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겁니다. 일단 당시 출동 경찰관의 기본적인 입장 이해하시고...
그리고 님이 하신 신고는 이른바 '폭력사건'입니다.
9명이 1명을 다굴치고 있었다고 하셨죠.
폭력사건을 처리하는 증거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증거가 없으면 아무런 처벌도 할수 없습니다...그건 이미 아시겠죠?
뭐 물론 워낙에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이 많게 마련입니다만....그건..그때그때~달라요~;;
1.경찰관의 현장 목격 ←당연히 현행범 처리
2.피해자 진술 ←피해자 진술-가해자 조서-가해자 입건-구속 또는 불구속 등 처리
3.목격자 진술 ←목격자 진술로 상황보고-경찰서 형사계 등에서 상황보고 바탕으로 자세한 조사 후 2번과 비슷하게 처리
요렇게 크게 3가지입니다....
적어도 위의 세가지 요건중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는다면...경찰은 아무런 처리도 할수가 없죠.
일단 10분 후에 경찰이 도착했다고 했는데...아마 분명 경찰은 구타현장을 목격하지 못했을겁니다. 경찰차의 경광등이나 싸이렌소리를 멀리서 듣고도 계속 구타할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일단 '경찰관의 현장 목격'은 물건너 간 셈일거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긴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일단 확보했죠.
그리고 상황을 파악합니다. 눈으로 보고 파악하는건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때리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면 몰라도....(그건 위에 1번)
맞던 사람이 아무리 피를 흘리고 있더라도...'나 맞지 않았다','우리 때리지 않았다'라고 모두가 말을 해버리면 경찰관은 아무 일도 할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아무도 때리지 않았고 아무도 맞지 않았다...라고 처리할수밖에 없는거죠.
물론 이 부분에서 '아니 누가 봐도 뻔한데 그게 어떻게 처리가 안되냐'라고 하실분이 무진장 엄청 폭발적으로 많으리라 짐작하지만....그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현장목격이나 진술에 의하지 않은...'경찰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처벌할수 있다면...그건 같은 사건도 경찰관에 따라 '그때그때~달라요'처리 되버리는 결과가 나올수 있게 되고...그건 어쩔수 없이 무고한 피의자나 피해자를 만들게 될수도 있으니까요...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철저히 증거에 의해서만 법을 집행합니다.
(그 간단한 예를 들면...엄청나게 얻어터진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지나가던 경찰이 그걸 보고 '니가 얘 때렸구나'하고 폭행으로 처리해버린다면....대충 아시겠죠?)
즉. 당시 상황은...누가 봐도 뻔할수 있는 그 피해자(다굴맞던..)가 '나 안맞았다'라고 말을 해버린겁니다...정확히는 몰라도 아마 그 다굴친 넘들의 후환이 두려웠겠죠...이미 9대1로 다굴치던 놈들인데...폭력으로 넘기면 '그 새끼들이 이 일로 또 때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을수도 있습니다...세상엔 워낙에 개같은 놈들과 개같은 경우가 많으니까...
결론적으로 처음에 말한 3가지 요건중에서 2가지가 날아가버린겁니다.
그래서 경찰이 님에게 전화를 한겁니다.
사실 좀 나이롱 허접 경찰이라면...'에이~이건 처리하기 어렵고 귀찮겠다'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상황없음'이라고 보고하고 끝낼수도 있었겠지만....
아마 제 예측으로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열심히 일하는 경찰이었나봅니다..
자기도 사람인지라...상황은 거의 알겠는데....증거 2가지가 없으니...그냥 포기할수는 없고...최후의 선택으로 님에게 전화를 한겁니다.
제가 지금까지는 거의 경찰 대변인 수준으로 경찰 입장에서만 얘기했는데...
여기서부턴 좀 다릅니다.
경찰이 잘못한 부분이 있는거 같은데요.
그런 상황이라도 경찰관의 직무 권한으로 일단 파출소로 모두를 끌고 들어갈수 있습니다.
일단 전원을 파출소에 연행을 시켜놓고...그리고 님에게 전화로 물어보거나...아니면 아무도 못 보는 상황에서 경찰관 한두명이 님에게 찾아가서 상황설명을 부탁하거나....그렇게 할수 있었을건데...
만약 당시 맞고 때리던 넘들이 다같이 있던 상태에서 님보고 나오라고 했다면...그건 진짜 '열심히 하긴 하는데 무식하고 융통성없는' 경찰관이었을겁니다.
그런 경찰이었다면 분명 잘못된거구요.
어쩌면 방금 제가 말한 상황을 어느정도 만들어놓고(신고자인 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수 있는 상황으로) 님을 나와달라고 한거였다면....어쩌면 그랬을수도 있는데...님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걔네들이 있을까봐) 쫄아서 못 나갔을수도 있을겁니다...
저야 그 상황을 본게 아니니...그저 아는 범위 내에서 온갖 가정하에 얘기하는겁니다...
아마도...마지막으로 제 의견을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찰관은 신고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상당히 노력합니다.
제3자가 신고를 했을 경우에(피의자,피해자랑 상관없는) 그 신고자의 신분이 피해자,피의자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신고를 하지 않게 될것이고...그건 경찰 자신들의 업무에 엄청난 무리를 줄것이고...자신들의 신뢰가 땅으로 꺼져버리게 되는것이란걸 경찰도 알기에....
어차피 제가 본 상황이 아니니....'결론적으로 누가 맞다'라고는 못하겠구요...
이렇게 길고 장황한 설명을 한 이유는.....
이 리플을 읽는 다른 모든 오유인들이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할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해서 쓰는거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 경찰도 아니고 관련 공무원이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정확히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사실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