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2
2013-02-28 20:33:05
31
미국과 중국의 이권충돌 속에 벌어진 전쟁통.
저격여단의 리창수 하전사는 침투조로 시가지에 투입되었으나
이내 군견에게 발각되어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에 오른 다리엔 관통상을 입어 이동도 힘에 부쳤고
이미 탄환이나 수류탄은 다 소모하였으며, 대검 또한 분실한 상황에
가진 것이라고는 빈 탄창이 삽입된 소총한자루 뿐이라 살아남을 희망은 점점 희박해져만 갔다.
게다가 숙지한 지도는 옛 것이었는지 숨을 몰아쉬며 모퉁이를 돌았을 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말았으며
심신이 지친 리학수 하전사는 도저히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골목 끝을 등받침 삼아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곧 시가지 내에 사이렌이 울리고 종전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리창수 하전사는 천운이 따랐다고 생각했으나 자신이 돌아들어온 모퉁이에서 나타난 것을 보곤 그 생각은 사라졌다.
구석진 곳이라 병사들은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날렵한 군견은 잘도 리창수 하전사를 찾아낸 것이다.
군견이 방송 내용을 알아들었을 리가 없다.
"하.. 꽃분이한테 꼭 장가들고 싶었는데 말이디..."
전쟁이 나지 않았어도 4년은 더 남은 군생활. 리창수 하전사는 실소를 머금었다.
"기래... 이태까지 살아남은 거이래 천운이겠지비... 어이.. 군견동무.. 내래 마지막 발악은 하고 죽자우.."
빈 탄창. 천천히 날카로운 이를 보이며 다가오는 군견에게 리창수 하전사는 소총을 조준했다.
"오마니.... 부디 배부르게 사시오!"
눈을 질끈 감으며, 방아쇠를 당기며 입으로 탄환을 발사했다.
빵야!
......
조용했다. 벌써 물어 뜯겨도 한참은 너덜너덜하게 물어 뜯겼을 시간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천천히. 조용히 눈을 뜬 리창수 하전사의 앞에는
옆으로 발라당 누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 잘했으니 먹이라도 달라'는 눈빛을 보이는 군견이 있었다.
"????"
이윽고 그 기괴한 대립을 하고 있는 둘을 병사들이 찾아내었다.
"어? 뭐야! 아 O병장 이 미친놈! 이 개새끼 이거 또 이지랄이네! 이거 이래서 못 쓴다니까!"
"2소대장님! 여기 찾았습니다! 북한군도 한 명 있씀다!"
"방송 들었지! 종전상황이니깐 괜히 문제 만들지 말고 로프로 묶어! 중대장님 오시면 연대로 인계한다."
"근데 어떡합니가? 포롭니까?"
"그렇겠지. 어이 아저씨. 아까 보니깐 탄환도 다 떨어졌더만 총은 왜 겨누고 있어 총 내려. 이 개는 왜이래?"
"아. 2소대장님 잘 모르지 말입니다. 이 놈 이렇게 만들고 영창간 놈 있슴다."
"그래? 별 놈이 다 있었구만. 그래도 그 놈이 사람 목숨 하나 살렸네!"
"그렇지 말입니다. ㅋㅋㅋ"
어안이 벙벙한 리창수 하전사는. 그렇게 살아남아 종전이 찾아온 한반도에서 꽃분이와 행복하게 살지 못했다. 누구 맘대로. A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