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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15: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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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니까 편하게 말할께,
동생. 나도 딱 동생나이에 백수였어.
나름 동국대졸업했는데... 라는 생각에 눈만 높았지. 철이없었거든.
원서? 내가 이름모르는 기업에는 안썼었어. 당연히 백수가됐지.
근데 그렇게 대학교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다보니까, 그생활이 그대로 몸에 익으면서
어느새 와우에서. 시골써버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폐인이 되어있더라고.
나도 그때 사실 친구들 싸이 (그땐 페북이 없었엉) 에 익명으로 새벽에 몰래몰래 들어가보고 그랬어
다들 잘살고있더라고,
나보다 스펙이 괜찬았던 친구들은 당연히 뭐 결혼을하네 어쩌네 그러고있고
분명히 나보다 스타트라인이 안좋았던 친구들도 어느새 차를사네 어쩌네 그러고있고
난 그거 몰래 보면서 몰래 부러워하고
대졸실업자를 구제하지 않는 사회를 탓하고
그러면서 게임을했지
한달에 한두번정도씩 싸이 몰래 돌아다닐때마다 환장하겠더라고. 그래서 더 열심히 게임을했던거같아. 이거라도 안하면 미칠것같았거든 ㅎ
여튼
지금 동생상황에서 제일 안좋은게 뭐냐하면
그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숨어버리는거야.
나는 그랬어. "친구" 라는 이름이 아깝지않은 그런 관계였었는데
백수로 6개월 1년 1년반 지내다보니까, 부끄러워서 도저히 만날수가 없더라고.
부끄러우니까 결국 전화를 안받고 피하고, 문자까지 씹는건 미안하니까 괜히 바쁜척하고, 거짓말하고.
레이드하고 막공공장하면서 "나 그냥 여행다니고있어" 이러고 문자보내고
그러다가 2년?3년? 지나고
눈높이 많~이 낮춰서 중소기업 취업하고 난 다음에도
그때의 부끄러움+못만난 시간+벌어져있을 격차 이런거땜에
결국
그친구들이랑은 그대로 못만나고있어
요새도 사실 카톡 단체대화방에 불러서 결혼공지도하고 뭐 송년회등등 할때마다 얘기해주는데
도저히 나설수가 없겠더라고. 무슨낯으로 걔들을 보나 싶고 뭐 그런기분.
난 동생이 솔직히 뭐 당장 일을하고 취업을하고 이럴수 있는 가능성같은데에는 별로 관심없어.
중요한건
지금 동생이, 동생 자신을 혐오하면서 숨어버리는것때문에 끊어지는 한명한명의 관계들이
나중에. 동생의 자기혐오가 없어졌을때 엄청나게 후회스럽고 아련하고 되돌리고싶은 그런것들이 될꺼라는거야.
동생
지금 동생이 뭘 시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지?
페북이던 싸이던 하나 만들어. 그리고 거기에 친구들 전부 친구맺어.
그리고 동생이 하루하루 뭘하고있는지 꼭 업로드를 해. 취업을 위해 뭘하고있고 뭘했고 실패했고 이런거 올리면서
친구들한테 자기혐오를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노력하는 모습도 같이 드러내.
대학친구 전부 잃어버린 나처럼 되지마
친구라는거 되게 중요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