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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7:55:29
2
리제는 며칠째 자신과 무성(無聲)의 기사와의 혈전의 영상을 되돌려 보고 있었다.
다른 녹화 본에서는 볼 수 없는 자신의 캐릭터 시점에서만 확인 가능 했던 어떠한 것을 리제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되돌려 보았고 어느 순간 그것은 확신으로 변했다.
어떤 공략 사이트에도 올라와 있지 않았고, 누구도 존재 할 거라 생각지 않은,
게임 내에 설정으로만 존재할 거라 생각한 아이템을 무성의 기사는 분명 지니고 있었다.
‘사자의 심장’
“너, 어제 밤 샌거니?”
얼마나 집중을 한걸까, 어느새 들려온 아버지의 목소리에 창밖을 보자 비 때문에 흐린날씨에 자신이 날을 새운지도 몰랐을 만큼 시간이 흐른걸 깨달았다.
“벌써 6시야, 소영아 그러다 너 큰일이다?”
“괜찮다고, 이래뵈도 아빨 닮아서 올빼미 족이니까-”
“궤변은, 얼른 등교 준비해”.
자신의 아버지 정수는 기본적으로 방임주의였다, 리제, 그러니까 소영이 늦게까지 무얼 하던 밤을 지새우던 하고 싶은데로 나두는 편이었고 그 덕분에 내키는데로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소영이었다.
하지만, 결단코 무성의 기사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럼 아빠,소미야 다녀올게”
소영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려 교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젯 밤부터 내린 비는 어느새 가는 빗 줄기로 소영의 우산을 툭툭 하고 간지럽히고 있었고
모여든 물길 사이들을 차들이 밟으며 불규칙적인 화음을 넣고 있었다.
교정을 들어선 소영의 눈에 자신보다 한 뼘은 더 큰 소년의 등이 눈에 들어왔고 소영은 반갑게 큰 소리내 인사를 건냈다.
“안녕 반장!”
소년은 뒤를 돌아 소영의 인사에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화답하며 말을 건내 왔고
수많은 학생들과 비온날의 젖어버린 콘크리트 복도속에서 소년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하지만, 소정은 정확히 그것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응, 나도 잘 잤어, 너는?”
소영은 소년에게 다가가며 물었고 소년은 잘 잤는 듯 한번 더 싱긋 웃으며
잘 잤다는 표시를 보내며 무언가 소영에게 장난스레 말을 건냈다.
그러나, 가까워진 둘 사이에도 아이들의 소음에 막혀서 인지 소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뭐야~헐, 그렇게 티나? 에이 또 밤샘 한거 티나?”
소영은 자신의 눈을 크게 뜨며 소년에게 얼굴을 들이밀었고, 소년은 갑작스레 가까워진 거리에 당황한 듯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크게 가로 저었다
“그치? 티 안날거야, 예쁘니까 난!”
당당히 말을 뱉으며 가슴을 펼쳐내는 소영을 보는 소년은 어이 없다는 듯 고개를 한번 젓더니 이내 웃긴 듯 말없이 실소를 내뱉고선 자신의 반앞에 다왔는지 손을 가볍게 흔들었고
소영도 맑게 해답을 했다.
“응! 다시 만나”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난 소영은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크게 하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던 빗방울은 멈추고 햇살이 멈춰버린 빗방울을 예쁘게 수놓고 있었다.
“이제 일어났냐?”
“아..쩡이다”
“이년아, 점심시간이다, 밥 안 먹을거야?”
“으...... 귀찮은데..”
소영은 그대로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은체 자신의 의자를 돌려 앉더니 편의점에서 사왔는지, 샌드위치들을 올리고는 다시금 소영을 깨우며 말을 했다.
“이거라도 먹고자 그럼”
“아..응 땡큐”
어쩔 수 없다는 듯 소영은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는 자세를 고쳐 앉더니 샌드위치를 한입물고선 맛을 음미 하려는 찰나, 민정은 소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야 너, 3반에 성현이 있지?”
“아.... 반장?”
“응, 그래 걔, 너랑 그렇다는 소문 돌더라”
“하?, 어째서?”
소영은 어이없다는 듯 샌드위치를 삼키고선 민정을 쳐다보았고 민정은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 말을 덤덤하게 이어갔다.
“이따금씩 친하게 붙어다니잖아, 걔가 뭐 생기긴 했어도..”
“아니아니, 그전에 걔랑 난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건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이슈가 된다는거지, 걔가 좀 그렇잖..”
그 말에 소영은 다시금 책상에 얼굴을 숙이며 한숨을 내 뱉었다.
‘뭐 그래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지’
그런데 소영은 그런 것 자체가 싫었다, 그건 자신의 부모님의 교육영향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안에서부터 불쾌한 감정이 들 끓는 것이고, 이내 말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야, 최민정.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그래 걔가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렇다는 거야?”
“아니.. 그런게”
“뭐가 아닌데, 그리고 은근 편하다? 애들 완전 시끄러운데서도 걔가 뭐라는지 잘 알 수 있거든?”
소영은 오늘 민정에게 이야기하며 아침에 성현과 이야기 했던 순간을 말이다.
빗소리와 젖어버린 콘크리트 바닥을 밟는 신발 소리. 그리고 애들소리에서도 확실히 이야기를 하던 소년,
수화를 쓰며, 입모양을 읽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그 순간을 말이다.
“미안, 미안해!”
“아니, 나한테 미안할게 아닌거 같은데? 성현이한테 미안해 하는게 맞는데”
소영은 퉁명스레 말을 내뱉으며 다시 눈을 붙였고
깨어난건 하교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아니 정확히는 어느새 종례까지 마친 후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조용한 교실에서 눈을 떴었다,
“우왁! 깜짝아”
하지만, 아무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 있었다.
자신 앞에서 조용히 앉아 바라보는 소년. 성현이었다.
“뭐야 너, 놀랬잖아 뭐하고 있어?”
‘고마워’
성현은 조심스레 손으로 마음을 말을 한자 한자 그려가기 시작했고, 소영은 그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에이, 쩡이는 뭔 그런 말을 다했데. 여튼 너한테 사과 제대로 했으면 됐지 뭐.”
‘응, 그래도 고마워’
“참~ 고마워 할 필요 없다니까.”
소영은 낯간지러운지 다시금 말을 내 뱉으며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자리를 일어났고 성현은 따라 일어났다.
“그럼 내일 다시 만나 반장”
‘응 내일 다시 만나’
학원에 도착한 소영은 민정의 등을 가볍게 때리더니 이내 배시시 웃었다.
화해의 의미였다.
민정 역시 자신의 행동에 경솔함을 깨달았는 듯 따라 웃더니 잡담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그 말 진짜야?”
“뭐?”
“무성의 기사가 사자의 심장..”
소영은 민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빠르게 민정의 입을 막더니 손가락으로 쉿하며 제스쳐를 취하며 살며시 손을 떼자 민정은 겁먹은 아이마냥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두 사람의 비밀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이야?”
“응, 그렇다니까 캐릭터 카메라 영상 돌려보고 알았어”
“헐, 대박인데?. 어디서 구한거래??”
“모르지 나도, 공략 사이트엔 아에 없던데 정보가”
“..그럼 길드 사람들을 풀어볼까?”
민정의 제의에 소영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하고 저었다.
같은 길드 소속이기 때문에 길드원을 동원해 아이템의 습득경로를 아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었고, 아니면 PK를 통해서라도 무성의 기사로부터 강탈 해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냐, 공개적으로 소문내고 싶지 않아. 너도 조용히 알아 낼 수 있으면 알려줘”
그날밤, 소영은 열심히 글을 쓰는 정수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아빠, 엄마는 게임을 좋아했어?”
“그럼 무척이나 좋아 했지”
“그랬겠지?”
소영은 말을 마치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3년전과 그대로인 안방, 침실이라기 보단 서재에 더 가까운 작업실, 정수의 책상 옆에는 아직도 그대로인 어머니의 책상이 있었고 그옆을 꽉 매운 스케치들이 있었다.
책상에 놓인 태블릿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소영은 언제나 저기서 세계를 그려내가는 자신의 엄마가 좋았고,
그 옆에서 또다른 세계를 써내려가는 아빠의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모니터 옆에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작업을 했던 스케치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응. 그렇지?”
“그러게- 너처럼 말이야”
소영, 아니 리제는 쓰러져 있었고 그녀 위로 새하얀 달이 스쳐지나가고 있었고
무성(無聲)의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질 것 왜 덤볐냐는 거겠지.
“그거 우리 엄마거야”
“?”
다시금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리제는 소리쳤다.
“니가 가진 사자의 심장! 그거 우리 엄마가 만든 아이템이라고!”
소영은 기억속 엄마를 떠올리며 한마디 한마디, 강제로그 아웃 전까지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엄마가 마지막으로 만든 아이템이라고! 그러니까, 내놓으라고!”
하지만 무성의 기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바라볼 뿐.
“두고봐, 다음엔 뺏을 테니까! 다시 만나!”
강제로 로그아웃된 소영은 멍하니 침대에 누워 그날을 떠올렸다.
새하얀 병원 침대에 누워 마지막의 순간을 기다리던 자신의 엄마.
워낙에 소탈한 성격이었을까, 남겨진 유품이 별 것 없었고 그건 소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게임에 대한 열의가 가득했던 스케치들.
또 소영은 그녀가 개발진으로 참여 하던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 했고
알 수 없었던 유언 때문이었을지 몰랐어도 지금은 달랐다.
“게임 속에서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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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ㄱ바빠서 참여를 못했네요.. 주말은 쉬고..
오늘 쓴거는 결말이 없이 냈어요.
이어쓰기로 할거라서..ㅎㅎ 좋은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