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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17: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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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건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거기다 그걸 말도 못한 채 아네모네 마냥 누군갈 속절없이 사랑한다면 그건 필시 괴로울 것이었다.
혁수 역시 그랬다.
오랜만에 반창회 자리, 진주를 보았을 때부터 혁수는 마음이 아려왔다.
겉모습이 변해버렸지만 내면은 자신의 친구인 정현이 사랑하던 그 순수했던 소녀 그대로였다.
정현이 도착하기 전 둘은 실로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러니까, 니 아직도 정혀이한테 마음 있다는 거제?”
“너도 알면서 묻니?”
그렇게 가뿐히 대답을 한 진주는 수줍게 웃었는데, 고등학생 시절에 보이던 수줍은 그 미소 그대로를 간직한 채로 였다.
‘아.. 이대로 가면 정현이에게 고백하겠구나’
과연 그렇다면 자신의 친구 정현은 어떨까?
아직도 진주를 마음에 품고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혁수는 부정했다.
고등학생때야, 그 둘이 서로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벌써 10년도 더 된 과거였고 10년전 불쑥 떠나가버린 두 사람이 아직도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 드라마나, 영화속의 나오는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씨발, 진짜가 이게?”
혁수는 가게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을 보며 중얼 거렸다.
10년만에 만난 두 사람은 애틋한 눈빛을 주고 받기 시작했었고 옆에 있는 자신도 마치
10년전 학생으로 돌아간 착각마저 들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아니 내도 웃기지.. 10년만에 만났는데도 내도 마음이 아직 있는데”
사실 혁수도 10년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단지 그 두 사람의 연정이 너무나 보여서
수줍음에 말도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신이 끼어들 틈도 보이지 않아서 아무말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혁수의 예상대로 둘은 다정하게 팔짱을 낀체 부끄러운 듯 수줍게 가게문을 열고 있었다.
“야야! 야들아! 임마 둘이 연애질 한다!”
“뭐?”
“우와 진짜가?!”
“헐, 진짜네? 니들 쩐다”
혁수의 오버액션에 모인 모두가 가게 입구로 시선을 향했고 반 친구 모두에게 공개연애를 인정하는 꼴을 보인 두 사람이었지만 어린 소년 소녀가 아니었다.
“어, 우리 이제 사랑 하는 사이야! 어때? 질투나~?”
“부끄럽게 왜그래-”
“부끄럽기는, 그래서 내가 싫다는거야?”
“아..아니 그건 아니고..”
수줍음이 많았던 소녀 진주는 어디로 갔을까, 어느새 당당히 말을 하고 있었고,
정현 역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소년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확실히 표현하고 있는 중이었다.
‘탕!’
모두들 축하도 하며 장난 스럽게 야유를 하는 신나는 자리
테이블 소리가 요란하게 가게 안을 울리는 바람에 모두들 다시 한번 시선이 고정 되었고,
그 끝에 소주잔을 격하게 놓은 혁수가 있었다
“혁수야, 괜찮아?”
“아..아이다, 좀 취했나보다 손이 미끄러져가, 내 먼저 들가께, 담에 보자이”
술이 취한 것도 손이 미끄러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이 아직 사랑에 취해있었던 것이라.
그리고 그것을 깨지 못한 자신의 손이, 그 두사람의 사랑을 깨고 싶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혁수는 사람들을 마다 하며 가게밖으로 나왔고 걷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어께를 붙잡았다.
정현이다.
“괜찮아?”
“...괜찮다.. 그냥.. 좀 취해가지고”
혁수는 힘들다는 듯 보차도 경계석에 앉더니 담배를 물고선 라이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정현이 옆에서 불을 내 밀어 붙여주더니, 자신도 옆에 앉아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뭐고, 니도 담배 피나?”
“그럼, 내 나이가 몇 갠데”
“이야.. 진짜 마이 바낐네 니나 나나”
“그래도 여전히 똑같은 것도 있잖아? 이렇게 오랜만에 봐도 친구고 말이야”
혁수는 씨익 웃으면서 정현의 목을 강하게 조이곤 말을 내 뱉었다.
“그자? 하하, 친구 아이가 , 근데 니도 이제 담배 끊어야제, 진주랑 키스라도 할라믄 싫어한디”
“아.. 그건 그렇겠네..”
“그럼 니 담배끊기전에 진주한테 뺏기기전에 함 뽀뽀라도 해보까?”
“야! 더럽다 푸하하, 그리고 이미..”
정현은 말끝을 흐리며 머리를 긁적였고 말 뜻을 이해한 혁수는 부러운 표정을 짓더니 정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벌써 했나! 우와, 부럽네.. 부럽다이!”
“어? 부럽다니 너 좋아했었냐 진주?”
어느새 택시를 잡고 있는 혁수를 보며 정현은 소리를 냈고, 때마침 도착한 택시를 타면서 혁수는 말을 내뱉었다.
“어, 좋아했었다 , 니도 좋아하고 임마!”
“어어? 농담도, 놀랬잖아”
“그래 그래 들어가고 다음에 보자이 아.. 글고 있다니가?”
문을 닫을려는 정현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내뱉은 혁수 였다.
“난 니랑 못보고 지냈어도 10년동안 우정 지켜냈다.”
“응 고맙다 옛날 그대로여서”
“옛날 그대로.. 좋제, 간다.아.. 글고 니 상사화 꽃말 아나?”
“아니.. 모르는데”
“모름됐다, 니는 나한테 그런아다. 문디야”
혁수는 정현이 잡고 있던 택시 문을 스스로 닫더니 이내 멀리 정현으로부터 떨어져 갔다.
방금까지 그렇게나 가까웠으면서, 다시 저 멀리 떠나는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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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오늘도 올려봅니다 :)...
이번 작품은 어젯글 처럼, 겁쟁이야에 썼던 캐릭터를 기용해보았습니다.. 늘 도움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