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2
2015-10-22 03: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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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으로 시작해서 발암으로 진행되는 작품은 어지간하면 상쾌하고 통쾌한 마무리가 나오지 않더라구요. 마치 화장실에서 힘을 줘도 나올락 말락한 응아와 힘겹게 싸우고 다 싼 것 같은데 왠지 최종배출구 쪽에선 '어이, 아직 다 안 끝난 것 같은 기분 드는데 좀 더 힘 좀 써봐'라는 느낌이 끊임없이 남고, 닦고 물 내리고 나와도 뱃속에서 '헤이, 왠지 덜 끝난 것 같지 않아? 뭐가 남아 있는 거 아냐? 다시 들어가보지 그래?'라는 느낌을 계속 보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나 가족관계에서 나오는 속터짐을 중심 이야기로 채택했다면.... 시원하고 청량한 결말따윈 제 상상력으론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고 괜찮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 안 보기로 결정했던 물건입니다. 결말이 나오더라도 그 동안 이어질 답답함을 뻥 뚫을 만큼의 카타르시스를 보장하지도 못하고, 해소는 되었는데 뭔가 계속 찜찜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됐잖아? 끝났으니 돌아가'라는 느낌으로 마무리 될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