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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4 19: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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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나사지 문명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드리자면, 차코캐니언을 중심으로 계곡과 그 너머의 넓은 지역에 존재했습니다. 단순히 '살고 있다' 수준이 아니라, '대도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위성도시를 형성하여 식량을 운반했다' 수준의 문명입니다. 남미의 가장 유명한 아즈텍과 같은 대제국을 꾸리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마야의 도시국가 급 혹은 그 이상 되는 규모를 가졌죠. 근데 왜 망했냐구요? 유럽인들이 조졌냐구요?
놉, 아나사지의 몰락은 땅이 수용하기 벅찬 수준의 과성장입니다. 비대해진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자원(나무)가 급격히 소모되었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식량 생산력이 줄어들게 되죠. 이 사이클에 가뭄이 끼얹어지면서... 우리가 알거나 미처 알지 못하는 문명들의 상당수가 그러하듯 몰락해버렸습니다. 물론 절멸하진 않고, 소수의 생존자는 근처의 뭐 다른 원주민 세력에게 합류했죠.
아,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북미 원주민들은 서로 간의 교역이 잦다고 합니다. 얼마나 교역이 활발했냐면, 오래 전 캐나다 동쪽 해안에 상륙했던 '그린란드인'의 유물이 뜬금없이 멀리 떨어진 북미 원주민 유적지에서 발견되었을 정도죠. 물론 그린란드인과 북미 원주민간의 사이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린란드 바이킹 양반네들의 기록에서 '아우 ㅆㅂ 포도도 나고 나무도 넘쳐나는 꿀빠는 땅을 발견했는데 왠 썩을놈들 때문에 누리질 못하네'라고 나오거든요. 이게 바로 그 빈란드 사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