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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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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방'은 '훈계방면'의 줄임말로,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에게 형사처분 대신 훈계하여 방면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형사법이나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훈방'이란 말이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훈방'이란,
입건이나 기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처벌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범법 행위가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입니다.
범법자를 처벌할 지 말 지 여부는 판사가 정해야 하는 거지
기소권이나 재판권도 없는 경찰이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경찰이 범법자에게 크게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훈방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뭘까요?
이건 전두환 18놈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 얘기입니다.
전두환 18놈이 쿠데타 성공 후 범죄용의자들을 4단계로 분류해서
A급은 군사재판, B급-C급은 삼청교육대, D급은 훈방조치를 했는데,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입니다.
당시 범죄용의자들은 대부분 쿠데타에 반대하던 사람들입니다.
적극 가담자가 아닌 경우, 신군부에 저항하지 않도록 잘 가르쳐서 풀어주기도 했는데,
여기서 유래한 용어가 '훈방'입니다.
제도 자체도 인권유린이었지만 용어도 인권을 무시한 것이죠.
경찰에게도 '훈방권'이란 게 없기 때문에
근래에 경찰이 훈방권을 법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우기는 중입니다.
경찰에게 공식적으로 '훈방권'이란 게 생기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지 않는 것인데,
생활고 때문에 마트에서 라면을 훔친 장발장을
경찰이 훈방하고 국밥까지 사줬다는 둥 미담까지 퍼뜨리면서
훈방권을 얻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