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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3 17: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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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노가다 회사를 다니는데요,
실험실 공사를 주로 합니다.
우선 ‘음압’과 ‘양압’의 개념 부터 말씀드릴게요.
음압은 실내기압이 실외기압보다 낮은 상태를 말합니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실내의 오염된 공기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생명과학분야 실험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음압 실험실이어야 합니다.
양압은 실내 기압이 실외보다 높은 상태입니다.
수술실 같은 경우 개복한 상태에서
환자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공기가 실내에서 실외로 흐르도록
양압 시설로 조성합니다.
음압 시설은 BL(Biosafty Levl)-1 부터
BL-4까지 있습니다.
이중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다루는 시설은
BL-3와 BL-4입니다.
BL-4는 최고등급 시설로 질병관리본부에만 있습니다.
BL-3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운영하는 보건환경연구원과
대학병원, 생명과학분야 학과가 있는 대학교,
생명과학분야 기업 등이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민간 실험실을 포함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확진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협조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죠.
덕분에 하루에 1만 건 이상 검사가 가능한 겁니다.
반면에 미국은 우리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CDC에서만 확진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검체채취를 아무리 많더라도
검사 건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거죠.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경이롭게 보는 게 이런 부분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는 거죠.
사족을 좀 달자면,
한국발 입국 제한조치를 하는 100개 넘는 나라들...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나라들 대부분은 진단 능력 자체가 아예 없어요.
미얀마 같은 경우는 정부 관계자가 진단 능력이 없어서
확진자 발표를 못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구요.
(지난달에 미얀마 출장을 갔는데, 제가 도착하기 전날 발표했더군요)
뒤늦게 입국 제한 조치에 합류한 동티모르는
나라 안에 BL-3 실험실이 국립병원 딱 한군데입니다.
그나마도 2016년에 코이카에서
국제협력사업으로 만들어준 거예요.
(제가 만들어주고 왔습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무조건 틀어막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겁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인 인적 교류가 많지 않은 나라였다면,
세계적인 허브공항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나라가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어느 몸쓸놈들이 떠들어대는 것처럼
우리 외교 참사라거나 우리 국격이 떨어져서가 아니에요.
물론, 미리 예측을 하고 사전 대응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