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
2013-12-25 17:39:23
198
"자, 당신을 위한 장미꽃이야."
그렇게 말한 그이는 울퉁불퉁하고 향기도 없는 돌무더기를 내밀었다. 기가 찬다. 이게 선물이란다. 속상하고 서운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나는 턱을 치켜들고 팔짱을 끼며 하- 하고 헛웃음을 쳤다.
"당신, 그렇게 돌 돌 하더니 내 생일선물까지 돌을 사온거예요?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 안 들어요?"
"나도 알아. 당신이 원한건 이런게 아니라 향기롭고 붉은 장미꽃다발이라는 것 정도는."
"-당신 정말...!"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그이는 내가 바라는 게 어떤것인지 알면서도 이딴걸 사온거다. 자기 취미에 심취해서, 마누라인 내 바람정도는 무참하게 씹어버린거다.
버럭 화를 내려는데 그이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장미꽃이 붉은 건 고작해야 일주일이야. 꽃이 향기로운 것도 고작해야 일주일이고. 하지만 이 장미화석은 언제까지나 이 모습 그대로 있잖아? 나는 당신이 내 옆에 언제까지고 있어줬으면 좋겠어. 비록 화려한 모습은 세월의 풍파에 찌들어 사라졌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주는 장미화석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수수하긴 해도 내 눈에는 아직 아름다운 장미 화석처럼,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 사랑해,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