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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2 01: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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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좋은 기분에 강한 어조로 글을 싸놓고 내깔겨뒀는데 베오베 게시판에 제 글이 나오네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거나, 다른 이의 과실을 들추고자 하는 의도는 없고,
그냥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시대가 변해가는데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 삶에 대한 푸념 정도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돈 조금 모은거에다 대출을 끼고 프렌차이즈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프렌차이즈는 중박은 한다...라는 논리로 말했지만, 제가 "니가 사실 커피는 X도 모르고 배울 생각은 없으니까 선택한거 아니냐" 라는 질문에
친구는 뚜렷한 반박을 못했습니다.
프렌차이즈나 브랜드장가는 이제는....자기가 매장 열고 일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시작할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자본가들이 돈으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경쟁하고 본사에서의 입지를 다지면
지금 부동산투자보다 수익도 높으면서 업체 내에서 영향력이 어마어마해 집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독점체제가 이루어지면서 소규모 생계형 매장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 합니다.
물건을 파는 곳이라면 팔리는 물건이 아예 특정 점주에게만 독점되는 경우도 있고,
기존에 잘 유지가 되던 프렌차이즈 업체 근처...길목 등에 훨씬 큰 규모로 지어서 상권을 빼앗는 경우도 있고...
치킨집 하면 빌딩 산다던데 요즘에 작은 아파트 단지 배달게시판 보면 닭집만 십수개씩 꽂혀있습니다.
커피점은 나와서 길 건너가면 또 있구요...
로드샵 방식 (길에 있는 빌딩에서 매장을 여는 방식) 의 장사는 이제 전통시장보다도 훨씬 더 열악한 환경입니다.
마트나 백화점, 아울렛에 가면 비 한 방울 안 맞고 차 타고 들어가 주차하고, 그 안에서 밥도먹고, 애들 놀 장소에 쇼핑, 장보기까지 끝납니다.
로드샵의 손님들은 점점 끊겨갑니다.
그럼 마트나 백화점에 입점하는 창업하면 되겠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그런곳은 전국 무슨백화점의 무슨 브랜드는 누가 전부 운영한다... 이런 식입니다..이미 수백억단위 자산가들이 장악한지 오래입니다.
결국은 꿀단지(마트,백화점,아울렛)는 있는 사람들 노다지구요...우리 서민들은 결국 뭘 하든 로드샵 아니면 인터넷 가야하죠.
그나마 로드샵에서 손님이 오게 만들 수 있는건 그곳에 가야만 먹거나 사거나 서비스받을 수 있는...그런 곳들만이 살아 남습니다.
프렌차이즈나 브랜드는 이미 대형건물(마트 백화점 아울렛)에 어지간히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어디서나 먹거나 살 수 있는 그런것들을 굳이 주차난에 시달려가며, 기후를 몸으로 느껴가며 돈쓰러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무모하게 중박은 하겠지(중박은...이라뇨...중박은 아무나 하는건가요;; 장사하면 무조건 돈 벌던 시절에도 매장 열면 몇 년은 까먹을 생각하라 했는데ㅠㅠ)
하는 마음에 성급한 선택이 후회로 이어지는 그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그게 안타깝습니다.
제 생각일 뿐이겠지만, 앞으로는 작은 규모의 빌딩을 소유한 건물주 들도 지옥이 펼쳐질 것입니다.
지금은 들어와서 보증금 까먹다 나가면 새 매장이 들어오고 있지만,
창업할 사람이 줄어들면 십수억짜리 건물 가진 사람도 수입이 끊기죠 결국은..
저도 스포츠브랜드에선 탑에 들어가는 브랜드 매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름 장사도 잘되서 단일 매장 매출순위는 항상 전국 톱10에 들었었구요..
지금도 단일매장 매출순위는 상위권입니다..그런데 적자에요ㅋㅋㅋ
본사에서도 단일매장에서 1위를 찍든 0위를 찍든 한 명의 대리점주가 몇 개의 대리점을 갖고 얼마나 많은 주문량을 채우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상위권에서 놀던 순위가 계절마다 채워야 하는 주문량에서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고,
입점만 되면 그날 다 팔려나가는 몇몇 상품들은 전국구 단위로 매장을 보유한 몇 명에게만 공급 됩니다.
게다가 이곳은 아울렛들에게 상권을 빼앗겨가는 로드샵 상권이라 답이 보이질 않아서 이제 올해 10여년간 해오던 매장을 정리에 들어갑니다.
제가 직장을 다녔거나, 놀았었다면 매장을 처분한 돈으로 뭘 할까 희망에 들떠 있었겠지만,
장사를 해오며 다른 사람들이 매장을 열고닫는걸 봐 온 상황에선 암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매장 처분한 돈은 예금 넣어놓고 저는 공장에 나가고 집사람은 마트에 나갈까 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지금 창업한다는게 암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연마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장사나,
나만의 아이디어를 사용한 장사..
오로지 나만 연결시킬 수 있는 라인을 갖고 있는 중계 등등..
그런 특장점이 있는 창업도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그런 요소들이 가능성을 몇 % 씩 올려줄테니까요..
지금 창업을 이미 하신 분들께 이런 저주같은 말들을 퍼부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고 운도 받쳐춘다면 로드샵이든, 대충 만든 프렌차이즈든 돈 벌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제가 노력이 부족해서 될 수 있는걸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구요..
이미 창업을 하셨다면 이제 죽어라 열심히 운영하시고 같은 브래드라도 다른 대리점과 차별화된 작은 옵션(적립이나 고객관리)들을
활용하시고, 100원 벌면 그 중에 10원 고객에게 삥뜯겨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일하시면 희망 있다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