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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2 14: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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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전문입니다.
故박정희대통령추모예배 반대 및 규탄성명서
지난 10월 25일 강남의 한 교회에서는 수도권의 10개 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박정희대통령 추모예배’가 있었다. 우리는 이 충격적이고 두려운 소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이에 하나님과 교회 앞에 뼛속깊이 참회하는 심정으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며, 예배에서 찬양 받으실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임을 우리는 고백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이름만 예배였을 뿐, 예배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 볼 때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아닌 ‘박정희’라는 한 인간에게 바치는 찬양과 칭송이었다. 예수님의 사역을 예언한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은 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예언한 구절로 둔갑했고, 심지어 이날 인용되었던 모든 성경구절은 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우리는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자리에 서는 것이야말로 교회와 하나님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는 하나님이 아닌 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높이기 위한 예배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독재자든 살인자든 그 누구를 추모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라는 이름으로 독재자를 추모하는 것은 명백히 성경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역사가 독재자라고 평가하고 있는 이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까지 일개 독재자로 규정한 언사는 한마디로 신성모독이며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역사 속의 어떤 독재자도 스스로 목숨을 내어 놓았던 경우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소위 ‘개발독재’라는 이름 하에 자신의 독재권좌를 유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짓밟았던 독재자를 추모하는 것이 과연 이 땅의 교회가 지금 이 시점에 했어야 할 일이었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그러한 독재자를 옹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마저 스스럼없이 독재자로 부르는 모습이 한국교회 속에 있다는 것이 진정 이 시대의 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셋째, 현 정권과 시국에 대한 비판과 염려의 목소리가 요즘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회는 이와 같은 사회의 어둠을 밝히고 부패를 막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즉 부당한 권력을 경계하고 심판을 선포하는 예언자적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故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한 차례도 있지 않았던 추모예배가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 맞이한 첫 기일에 몇몇 교회들의 주도로 시행되었다는 것은 교회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권력에 아부하여 세속적인 혜택을 누려보려는 작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예수께서 예언자적 죽음을 맞이하셨던 이유는 당시의 불의한 권력에 야합하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로운 말씀에 의거하여 그들과 맞섰기 때문이다. 교회가 그러한 예수의 삶을 실천하는 길은 부당한 권력이 혹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그곳에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이 억압당하고 있는 현실에 침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권력에 야합하며 독재자를 정당화시키는 데까지 하나님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모습에 대하여 우리는 교회가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낮고 가난하고 억압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지 못한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통감하며 하나님 앞에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자복하는 심정으로 참회한다.
이번 ‘추모예배사건’은 단지 그곳에 참석했던 몇몇 교회와 소수의 목회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의 말씀대로 공의와 사랑의 진리를 선포하지 못한 한국교회 전체의 잘못임을 인정하며, 우리 속에 이에 대한 깊은 참회와 회개가 없다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내려질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으리라 고백한다.
이에 우리는 이번 추모예배에 대하여 한국교회의 반성과 참회를 요구하며, 아울러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 자행되는 부당한 권력을 냉철하게 살피는 동시에 억압이 있는 모든 곳에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교회로서의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는 권력을 탐하는 자들과 어울려 호화로운 옷을 입고, 좋은 것을 먹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예수와 함께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가난하고, 힘없고, 억눌린 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으로 진정한 주님의 몸된 교회로 거듭 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13. 11. 1
‘故박정희대통령추모예배’규탄 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 및 범기독인연대서명추진모임
[서명]
https://docs.google.com/forms/d/10zSV3xJgFtKpPj1HWwRtLD939NwM_FOAJ3dThRFIiLw/view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