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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02: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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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 즘 전 일임. 지금보다 더 세상 물정 모드던 시절에 그런 곳에, 귀신에 홀리 것처럼 따라간 적이 있음.
신도림역.
길바닥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을 주워서 기분이 좋았음
한 여자가 내게 말을 걸었음. 기분이 좋았음.
인상이 선하시네요. 뭐 이런 식이었을 거임. 그 옆엔 선한 인상의 남자가 추임새를 넣고 있었음.
이게 정말 무서운 게, 정말, 그럴 거 같이 안 생김. 안 그럴 거 같은 사람이라는 말 자체가 웃기는 건데...
나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정말 한가한 날이었음. 약속장소에 가는 대에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겠구나 생각해보고는
시간이 충분히 남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음. 나는 공짜로 점을 본다는 생각에 얼떨떨하게 승낙을 했음
그리고 우리는 생각보다 먼 곳에 가게 되었음(이런 식임. 저기서 점 봐주께여, 저~기서 점 봐주께여. 사실 저~~~기임)
두세 정거장 더 갔던 걸로 기억남. 어느 역에서 내리고 우리는 역에서 가까운 주택단지 안에 들어감.
20평 형 규모의 다세대주택 단지였음. 왜 그렇게 확신하냐면 지금 사는 집과 비슷하다는 인상이 들어서임
한 집 안으로 들어갔음.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집 안에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젖은 수건처럼 바닥에 널려 있었음. 대부분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었음.
출근시간이라기엔 좀 늦은 시간이었고 누워있는 사람들은 다 남자였음
나는 초조해졌음. 생각보다 시간을 오래 끌었음.
그들은 , 사람이 없는 방으로 나를 불러들였음. 그리고 작은 상 하나를 방 가운데에 세우고 같이 앉았음
그들의 맞은편에 내가 앉았음.
여자는, 종이를 상에 두고, 그 위에 볼펜을 대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음
사람은 모두 태어나면서 업을 가지고 있다는 식이었음...
속으로 탄식이 새어났음. 이래서 공짜는 믿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음...
난 무신론자임.
머릿속엔 온갖 욕설들이 월광소나타 3악장 박자에 맞춰 흘러나왔음
하지만 최대한 공손하게
오백 원 주고 나옴..
사실 뻥임... 월광소나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