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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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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섭은 참으로 놀랍게도 그 참혹 속에서 그림을 그려서 남겼다. 판자집 골방에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먼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려고 대포집 목로판에서도 그렸나.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업으니 합판이나 맨종이 담뱃가비은지에다 그렸고 물감과
붓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 그렸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통영 진주 대구 서울 능을 표랑전저느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