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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2 12: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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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서 통 연락없던 아들이 웬일로 연락이 왔다.
"아버지, 기르시는 닭 사진 좀 찍어주세요."
갑자기 우리 닭 사진은 왜 찍어달라는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들놈의 부탁이니 필시 이유가 있으리라.
그 길로 휴대폰을 챙겨 닭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물은 끊임없이 움직여 사진이 흔들렸다. 조명이 없어 다소 어둡기까지 하다.
양계장 전구에 불을 키고서 다시 사진을 찍어보았다.
흔들리지는 않았으나 겨우 이 사진 한장으로 우리 집 꼬꼬 녀석의 생활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얼마전에 알을 깨고 나와서 어미만 졸졸 쫓아다니는 병아리 삐약이와 자기 새끼를 애지중지 보살피는 꼬꼬를 표현하고 싶었다.
셔터를 몇 번이고 눌러본다. 이 중 한 장쯤은 괜찮은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번엔 꼬꼬와 삐약이 녀석이 제법 다정하게 잘 나온 것 같다. 깃 표현도 이 정도면 괜찮아 보인다.
어릴 적 그린 그림을 선생님께 검사받는 심정으로 전송 버튼을 누른다.
아들 녀석이 마음에 들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