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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0: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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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가 보인다.
유리문 밖으로 지나면서 바라보는 눈초리가 심상치않다.
그의 두 눈은 정확히 문 너머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소름끼친다.
무섭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부터 떨려온 두 다리는 진정될 기미도 없다.
특히나 오늘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느때 보다 위험해 보여서 더더욱 그런 듯 하다.
축축하게 젖어든 등판이, 편의점의 온도에 맞추어 싸늘하게 식어져 나의 의식을 일깨운다.
그 유쾌하지 않은 느낌에, 나는 마침내 일주일 간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핸드폰의 단축번호 8번을 길게 눌렀다.
왜 이제서야 결정했을까. 돈 보다도 소중한 것이 나의.....
'무슨 일입니까. 혹시 편의점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걸걸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 집중하는 그 찰나에 문 밖의 그는 사라지고 없다.
털썩!
극도의 긴장이 일시에 풀어진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어져 바닥에 주저앉고야 만다.
"휴우우우....."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이 터져 나온다. 그게 심상치 않아 보였던지 핸드폰 너머의 사장은, 그 답지 않게 침묵으로 대답을 강요한다.
위험요소가 사라져서인지, 다시 망설임이 의식의 너머로 엄습해 오지만, 다시 그 끔찍한 공포를 상기시킴으로 그것을 말끔히 물리치고는, 억눌린 목소리로, 가까스로 내뱉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 아르바이트 그만두겠습니다."
.
.
.
.
이제 한 시간이다. 사장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그 수고가 나의 ....보다 중요하거나 값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시간이다. 한 시간 후면 나는 위험에서 온전하게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일이란 워낙에 다사다난한 법이라 여기가 아니라도 그와 마주칠 수도 있겠지만, 그 때에라면 여기와는 달리 두 다리 붙이고 기다려야만 할 필요도, 그렇게 제 자리에서 공포에 떨어야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절로 피어나는 미소를 감추지 않고, 마침 다가온 손님의 물건을 계산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문 밖을 내다 보는 순간....
그다!
그가 있었다. 그것도 양 손의 검은 봉지에 무엇인가 들고. 그리고 똑바로, 나를 향해, 그가, 걸어온다.
안돼! 안돼! 안돼!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나의 애원도, 그리고 깊은 절규는 절박함과는 달리 밖으로 내뱉어지지 못하고, 그것이 그에게 전달될 여지는 일말도 없다.
그는 똑바로, 그대로 편의점 앞으로 다가와 마침내 오른손의 검은 봉지를 왼손으로 옮기고는 빈 손으로 유리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나의 원룸에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렸던 대로의 검은 봉지가 나의 왼손에 들린 채로.
아픈 곳은 없다.
.........아니, 없어 보인다.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난 왜, 아니 어떻게 여기에 돌어와 있는 걸까.
이것은 틀림없이 그가 나에게 준 것일 것이다.
나는..... 의식이 없던 나는 이것을 나의 무엇과 바꾸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