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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6 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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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3백 50년쯤 전에 진 제국의 대장 환온(桓溫)이 양자강을 거슬러 촉땅의 성한을 공격하였다. 환온의 군대가 도성 아래 이르자 성한 제국의 군대는 맹렬히 저항하였다. 화살이 환온이 타고 있는 말 앞까지 쏟아지자 환온은 서둘러 군사들한테 퇴각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런데 북을 치는 병사가 그 명령을 잘못 알아듣고 진격하라는 북을 미친 듯이 울렸다. 그 북소리를 듣고 병사들은 온 힘을 다해 맹렬하게 공격하여 마침내 성을 함락하였다. 성한제국은 어처구니없는 북치는 한 병사의 실수로 인해 멸망한 것이다.
환온이 성한을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군선에 군사를 싣고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양자강 중류에 ‘삼협(三峽)’이라고 하는 좁고 물살이 험난하기로 이름난 세 개의 협곡이 있다. 이 곳을 통과할 무렵 배에 타고 있던 병사 하나가 마침 벼랑 아래로 늘어진 덩굴줄기에 매달려 장난을 치고 있는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사로잡았다.
이것을 본 어미 원숭이가 큰 소리로 슬피 울면서 배가 가는 방향을 따라 며칠 동안 수백 리를 쉬지도 않고 쫓아왔다. 마침내 배가 강 기슭에 닿았을 때 어미 원숭이는 자기 새끼가 있는 배에 펄쩍 뛰어 올랐으나 몹시 고통스러워서 새끼 원숭이한테 가지도 못하고 몹시 비통한 울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 애절한 울음소리를 잊을 수 없는 병사들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애통한 슬픔을 못 견뎌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사령관 환온은 크게 노했다.
“비록 짐승이라 할지라도 모정이 그토록 지극한 것이거늘, 장난을 즐기려고 어미와 자식을 무참히 갈라 놓다니!”
환온은 새끼 원숭이를 풀어 주고 포획한 병사를 매질하여 쫓아내어 버렸다. 그리고 죽은 어미 원숭이를 후하게 장사 지내 주고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단장지애(斷腸之哀)는 가장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슬픔과 고통을 나타내는 말이다. 단장(斷腸)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부모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 하여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아픔이 자식을 잃는 일이다. 그래서 이를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 곧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