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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1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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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안내데스크가 아니었지만, 데스크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현은 모르는 길을 언제나 누군가에게 안내해야 했다. 안내가 아니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며 따졌다. 그들이 현을 안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꽤나 고질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는 무엇이냐.
그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지간에, 누군가는 어김없이 찾아와서 또 길을 물었다. 이제 현은 가본 적 없는 길을 지도에서 찾아 적당히 방향을 일러주거나 넘겨버리는 일에 능숙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면 잘못 알려주는 일도 생겼는데, 나중에 현이 그쪽으로 갈 일이 생겨 뒤늦게 깨닫거나 아님 손님이 떠난 뒤 혹시나해서 해 본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새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든 사람이 다시 되돌아와 화를 내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안내데스크가 아니라는 팻말을 내걸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녀는 실질적인 데스크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에 옮길 수 없었다. 그럼 너는 무엇이냐. 항상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음에도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었다. 현은 노출된 장소에서 울리는 전화를 받고, 상품 목록을 리스트에 정리하고, 길을 안내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언제나 책상에 닿는 손목 뼈 쪽 피부의 색이 갈색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식이었다.
친구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선임의 권유로 벌써 세 번째 유흥업소에 다녀왔다고 고백하며 울었다. 순리나 관습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왔더니 그렇게 되었다며,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냐고 현에게 호소했다. 무어라고 대답하던 현의 말을 끊은 친구는 푸석해진 얼굴로 말했다.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현은 중얼거리며 술을 따르는 친구의 행동을 한참 바라보았다. 자리가 파하기 전에 둘 중 한 명은 그 말을 꺼내야한다는 걸, 그들은 직감하고 있었다. 거의 그런 식으로 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친구와 헤어져 낯선 길을 걸었다. 대충 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으나 현재 어디에 있는 것인지조차 파악이 안됐다. 주변은 어둡고 인적도 드물어서 현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되는대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받는 이가 없었다. 술기운에 발을 헛디뎌 바닥에 넘어졌을 때 친구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는 수화기 너머로 우는 현을 어르듯이 달래주었다. 현은 한쪽 손에는 굽이 부러진 구두를 들고, 한쪽 손으론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어둡고 낯선 길을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다정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