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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09: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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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깟 뼛가루 담은게 뭐라고 들고 다니는지.
식지 않은 납골함에 담긴건 일주일 전 쯤 까지만 해도
아버지였을 뼛가루일 뿐이다. 임종을 하고 의사가
고개를 떨구고 가족들이 오열하고 나 역시 그러했으나 이제 장지로 향하는 이 순간에는 피곤만이 몰려왔다. 어서 자고 싶었다.
"많이 피곤하죠. 눈 좀 붙여 오빠"
"상주가 어떻게 그래."
사람들는 저마다 망자를 추억하는 듯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하던 노래가 버스안에서 울려퍼지는
동안 제법 드라마에서 봐 왔던 표정들로 하릴없이 허공과 밖을 응시하고 있다. 어디서 본 것들은 있어가지고.
조소라고 생각하겠지만 생전에 온전한 관심도 가지지 않다가 그나마 장례식이라고 거뭇거뭇하게 갖춰입고 와 본들 부조 오만원 내고 육개장 한번 먹으러 왔다고 생각할텐데 나아가서는 육개장이 좀 싱겁고 수육이 질겼다고 맛집프로그램 마냥 떠들텐데 저렇게 슬퍼하는 척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와이프는 벌써부터 내려갈 때 운전해야 하는 내가 피곤하면 사고라도 날까 걱정하는 눈치로 눈을 붙이라고 한다. 이미 슬픔이라는 감정은 우리 누구에게도 남아있지 않다. 엄마와 동생은 이미 지쳐 잠이 들었다. 친척들이라고 해봐야 만들어진 슬픈 표정으로 멍하게 있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제 아버지가 없구나.
거슬린다.
그 전 까지는 짜증과 피곤함만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거슬리기 시작한다.
언젠가 스무살 무렵에 술 마시고 들어와 어머니 아버지에게 나중에 엄마아빠 없으면 난 뭘하고 살아야 하냐고 했던 순간이 20년 쯤 지난 지금에서야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나를 옥죈다. 아주 거슬려. 아주 거슬린다. 두렵고도 거슬린다 나는 이제 부모님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다가오는 시간만큼은 우리 모두 어쩔 수 없는 것이 나는 아주 거슬린다. 버스 안에 울려퍼지던 음악이 페이드아웃되며 나는 참을 수 없는 피곤함에 눈을 감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