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2017-07-29 08:45:07
0
실성한 왕녀는 손을 들어 누구를 부른다
게 누구 없느냐
거미줄이 쳐진 왕녀의 방에는 문관도 무관도 남아있지 않다
시녀도,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왕녀는 머리를 스스로 빗으며
이몸이 부르지 않느냐
시큰한, 이상한 냄새가 가득한 방에는 그저 황금거울도
고급 화장품도 이제는 발라주고 보여줄 사람이 없이
침대는 피로 젖은지 오래인데 아니야. 내새끼는, 아직 안죽었어
말라비틀어져가는 핏덩어리 비슷한 것을 안고 젖을 물리려는데
아이가 통 젖을 먹지 않네 어의를 부르거라 아버지는 어디계시느냐
황량한 복도에 언젠가는 융성한 제국이였을 폐허에 울려퍼지는
왕녀의 노랫소리 아이를 잠재우는 노랫소리
신은 모든것을 가져가고도 부족해 영원히 미쳐 삶을 사는 한사람만을
지상에 남겨두었다. 죽지도 잠들지도 못하는 저주를,
신의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