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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5: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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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도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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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좋아."
앨리스는 거대한 몸을 일으켜세웠다. 쿠궁... 하는 울림과 함께 산맥 전체가 움직이는 듯 했다.
버몬성이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산 위에, 그 산만큼 큰 앨리스는 산자락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눈으로 빼꼼 버몬성을 바라봤다.
"앨리스. 저기. 다 부순다? 그럼 된다?"
혁명군 7중대 대장 브라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대원들은 산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가 본부로부터 공격명령이 떨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하필 앨리스의 몸짓때문에 모든걸 다 망치게 생겼다. 산봉우리 만큼 큰 앨리스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하길,
"앨리스 잘못했다? 카번이 앨리스보고... 버몬에 사는 도로시 쓰러트리고 버몬성 빠개라고 했다?"
"네가 잘못한건... 그래. 네 잘못이야. 몰래 가서 도로시가 자고 있을 때 모든걸 했어야해! 젠장! 도로시만큼 똑똑해보라고!"
브라운은 양 주먹을 탁 때리며 이를 갈았다. 앨리스가 그대로 산맥을 넘어 버몬성을 공격해도 됐을테지만, 혁명군 대장 카번은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했다. 온 전신에 난동을 부리며 앨리스가 날뛰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천에 서식하는 코볼트가, 리자드맨이,
그리고 대륙 건너 디아덴의 벨가, 수많은 보물에 둘러싸여 낮잠을 자고 있는 검은용에게까지도 그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정부군과 혁명군의 싸움이 아니라 온 행성이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앨리스는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로 약간 자세를 낮췄다.
"앨리스 미안하다. 카번은 앨리스 칭찬한다. 브라운은 앨리스 혼낸다. 앨리스는 브라운한테도 칭찬받고싶다?"
거인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친 카번도 대단했지만 어느새 인간과 같이 닮아가는 어휘구사력에 브라운은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여기서 더 소동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브라운은 전 부대원들을 향해 외쳤다.
"7중대 대기한다! 오스틴! 상류쪽에 주둔중인 박격포 대대에게 전해! 에... 암호는 '포도나무밑에서 신발끈 고쳐메지 말자'!"
연락병은 재빠른속도로 편지에 중대장의 전언을 휘갈겨 비둘기의 발에 매달았다. 연락병이 비둘기의 엉덩이를 톡 하고 치자
비둘기는 쏜쌀같이 상류쪽을 향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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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이정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