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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2 10: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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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끝나고나서 제 차 타고 가는 길에 서로 말이 없었죠.
그냥 그 왜 묘한거 있잖아요. 뭔가 서로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그런 묘- 한 그런 기류요.
그러다가 제가 먼저 말을 꺼냈죠.
"아. 여긴 맨날 공사하네요. 밤이라서 그렇지 낮엔 여기 진짜 밀리는데."
"공사... 네... 맞아요. 힘들죠. 하는 사람들도... 여기 지나다니는 차들도요.."
뭔 대화야 이게...
아무튼 그분 집 근처에 차를 대놓고, 아 그 저도 처음가는데라서 몇바퀴 돌았어요.
차를 대놓고 내려오는길에 서로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 일할 때 있었던 이야기 하면서
진짜 그 의미없는데 의미있는 그런 시간을 지나 치킨집에 들어갔죠.
각자 맥주 한 잔씩, 소주 한 병 놓고 두시간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별 이야긴 안했어요. 그냥 그런저런 이야기들 있잖아요.
걸어오면서 했던 이야기들의 연장. 그러다가 대화 끊기면 치킨 먹고.
저같은 모쏠이 뭘 알아요.
'아 조졌다. 왜 저렇게 표정이 굳어있지. 아 미치겠네.'
그냥 치킨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바로 꽂히는지 뭐 알수가 있어야죠.
그러다가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여기 오기전에는 무슨 일 했었는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대충 마무리를 했어요. 뭐, 그래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 싶어서 같이 밥먹은
것 만으로도 괜찮다 라고 생각하고 집까지 바래다줬죠.
술도 마셨고, 어디 다른데 갈 수가 없어서 저는 찜질방 가서 잔다고 하고 헤어졌는데
찜질방가서 대충 누워있으니 전화가 오더라고요.
- 근데 사람이 왜 그래요?
"뭐가요?"
- 아니 하고싶은 말 있는데 안하셨잖아요.
"아니 그거야 뭐,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여서 피곤해보였어요. 그래서...
아니 잠깐만, 그렇게 따지면 왜 ㅇㅇ씨는 하고싶은 말 안했어요?"
- 내가요?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고요?
"네."
- 아니 있긴 했는데, 먼저 말 안하셨잖아요.
"누가 무슨 말 하는게 중요해요?"
- 그래도 해야죠.
"그런데 전화로 말하면 이상하잖아요."
- 아니 그러니까, 아 정말... 나도 부끄러워서 그래요.
"나라고 안그랬을 것 같아요? 갑자기 또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 하면 이상하잖아요."
- 그럼 다음에 만나서 또 들을테니까 지금 해주세요. 하고싶은 말.
"좋아해요."
- 그건 알아요. 다른 말 해줘요.
"그 말은 다음에 만나서 해줄게요."
- 응. 그럼 다음엔 같이 있어요. 헤어지지 말고요. 남자가 진짜 왜그래.
아 뭐 음 네 대충 이런 대화 하고
중간에 뭔가 삭제된게 많은데,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서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굵은것만 말하면
이렇게 그냥 네. 뭐. 그렇게 됐습니다.
한 두시간 통화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한시간
통화했네요. 세상에 진짜 내인생에 이게 무슨일이야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