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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5 1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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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너무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과분한 칭찬에는 대댓글도 못 달겠네요. 얼굴이 화끈거려서. 댓글 달아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너무 제 관점에서만, 제 위주로, 제 시선에서만 쓰여 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입장에서는 또 모를 일입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요.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 봐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어느 분이 말씀해주셨듯. 둘 다 어린 나이였습니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 때는 마음이 참 어리고, 여렸어요. 상처받기 싫어서 붙잡다가도 결국 상처를 받고, 상처받기 싫어서 밀어내다가도 결국 상처를 받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처 도착증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글에서 너무 저를 좋은 사람으로만 묘사해놨네요. 사람은 일기를 쓸 때 조차도 누군가 타인이 읽을 것을 감안해서 자기를 더 좋게 묘사한다고 하죠. 그것도 감안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은 고양이한테도 가끔 빽빽 소리를 지르는 그런 교양 없는 인간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목표가 좋은 사람인 건 맞아요. 요즘들어서 사람은 참 사회적인 동물이구나 하는 걸 더 많이 느끼는데, 그러니까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잖아요? 저 자신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어리다는 말이 모든 행위의 면죄부일 순 없지만. 좋은 변호사가 되어 줄 순 있겠지요. 제가 그 당시에 좀 더 눈이 트여 있었고 넓고 깊게, 멀리까지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 친구의 단점까지 포옹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물론 시간이 제법 지난 지금도 그런 광범위한 능력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아하하. 사실 평생 가도 그런 건 불가능할듯.
헤어지고 몇 년 지나서 그 친구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메시지를 보냈었거든요? 근데 전 순간적으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런 걸 보내는 거야?" 하면서 쏘아붙이며 황당해했어요.
그것도 참 어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응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해라, 한 마디면 끝나는 일이었을텐데.
갈 길이 구만린데 발은 느리니. 그냥 천천히 쉬엄쉬엄 가 볼 생각입니다. 어차피 이러든 저러든 생은 한 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