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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1 17: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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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종교빨'로 죄책감 없이 편하게 살고 피해자는 그걸 보고 더욱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는 실화로든 창작물로든 이미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이 글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복수가 용서받는다는 말에 억울해한다는 데에 그 묘미가 있는 것 같네요.
화자에게 감정이입하며 읽다가 사실은 화자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게 드러나고 나니 가해자였던 놈이 어떻게 자신이 진짜 피해자였던 것처럼 리얼하게 피해자의 감정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건지 소름끼치고, 헌금을 들먹이며 용서를 종용하는 부분에서 가해자놈의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난 거였나 싶기도 합니다. 한편 오크통에 갇힌 사내가 오른쪽 담배를 고른 것을 서술한 내용에서는 피해자는 평생 못 잊지만 가해자는 기억도 못 하고 살더라는 씁쓸한 현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