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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2 23: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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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틀어 놓고 , 오후 볕을 받으며 졸면서 보다보니, 선잠이 들었던 것같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실눈을 뜨고 바라본 영상은 아직 자신의 실존을 뽐내고 있었고, 거기선 우연히 서해 어느 섬(이름이 줄곧 나오지 않아 지금도 이름은 모릅니다)에서 짐짓, 팔십은 족히 돼 보이는 노인 한 명이 어망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거무튀튀하게 비쩍마른 피부위로 툭툭 도드라진 굵은 힘줄이 그의 왕성한 활동력을 짐작케 해주었습니다. 억세어 보이지만, 빛바랜 머리칼은 거칠게 부는 바닷바람에 잘 맞서고 있었고, 내 방보다도 더 강한 볕이 노인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에 파쇄되고 있었습니다. 부드럽지만, 다소 상업적으로 들리는 전형적인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몇초 나오는 중에, 카메라가 시선을 돌려 저 멀리서 , 대학생 손녀가 잊어 버리고 가서, 돌려 주기엔 시기를 놓쳐 버린 듯한 녹색 백팩을 메고 오는 또 다른 노인을 잡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중얼 거리는 할아버지 얼굴이 클로즈 업되면서, 화면이 바뀌자, 이름을 알 수 없는 편집기술로 할머니는 이미 도착하여, 백팩에서 주섬주섬 밥이랑, 밑반찬 이것저것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물을 정리하는 자리는 그늘하나 없는지라, 통통배 옆에 적당히 볕 안 닿는 곳에 자리를 펴서 내려 놓고 있었습니다. 그 오후의 열기때문이었는지, 뜨신 밥을 담고 부리나케 종종 오신 할머니 덕분인지, 뚜껑을 연 반합엔 밥김이 여즉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식당으로 달려 가고 말았습니다.
경찰관 : 아니, 그렇다고 돈도 없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어째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