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7
2021-04-14 15: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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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냥 화폐만 해도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으니,
가상화폐에 대한 불신을 갖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죠.
저는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물론 단순히 가상화폐가 실물이 없는 허구라는 이유는 아닙니다.
사실 지폐도 그 자체로서의 내재가치는 거의 없이 신용만으로 가치를 인정 받는 자산이고, 대부분의 거래가 실물 현금을 직접 주고받는 일 없이
카드 결제나 온라인 결제등 전산상 정산으로만 이뤄지는 현대에, 단순히 가상화폐의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할 이유는 없죠.
그러나 가상화폐는 본질적으로 두가지 거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지나칠 정도로 막대한 유지비에요.
암호화폐 시스템에 '채굴'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채굴 시스템은 어떤 채굴자도 시스템을 독점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이며,
암호화폐의 가치와 채굴비용의 균형이 게임이론적인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할수록 채굴비용 또한 오르며,
이는 궁극적으로 '비용' 그 자체를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암호처리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유지 비용은 결코 줄어들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암호화폐 채굴장들이 어마어마한 화석에너지를 소모하고 컴퓨터 부품을 갈아넣으며 암호화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는 다른 어떤 결제수단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유지비용이 높으며,
이는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시스템의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영구적인 유지비용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암호화폐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자산이라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은 시스템이 등장했을때부터 비트코인의 최대 수량이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즉 부동산처럼 유한한 자산이죠.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을 하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이 됩니다.
현실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수요증가로 인한 경기 활성화나 비용 인상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오직 한가지, 경제성장규모에 따라 정부가 화폐를 추가발행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항상 인플레이션을 조심하고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에 맞춰 꾸준히 화폐를 발행하는 이유는
디플레이션이 훨씬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디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이유는, 경제란 결국 돈이 돌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가지고만 있어도 점점 부유해진다면, 누구나 소비를 줄이고 적극적으로 투자도 하지 않을 겁니다.
디플레이션은 많은 경우 경기침체, 신용 경색을 의미합니다.
10년이 넘는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이 디플레이션 사회라고 불리고 있는걸 생각해 보세요.
비트코인이 등장한 초기에, 비트코인은 정부와 은행이 간섭할 수 없고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완전히 자유롭고 평등한 경제체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자산은 고이게 되어 있으며,
물이 흘러 바다에 고이듯이 소수의 자본에 의해 독점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부동산의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만 가고 있다는 걸 보세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암호화폐의 가치가 안정되고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었을 경우의 문제입니다.
암호화폐의 가치 자체가 불안정하게 변동하고있는 현재까지는 적어도,
화폐로서의 기본기능, 결제수단으로서의 기능,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 가치측정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암호화폐의 존폐는 결국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느냐에 걸려있고,
투기 수단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지금까지는 미래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