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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21: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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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다 쓰려니 글을 쓰기가 조금 힘드네요.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싹 지우고..
최대한 정리해서 몇부분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생산활동이 인간의 유일한 활동은 아니고,
생산물이 본질적 가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활동과 그 산물은 인간의 삶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쟁이나 정치적 분쟁, 소송 등 실제 사회적 갈등의 90% 이상은 물질적 가치의 분배에 관한 것임.
2.잉여생산물을 특정계층이 독점하는 것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불충분함. 원시 사회에서는 사유재산 개념이 없거나 매우 희박했으며, 잉여생산물로 인해 사유재산 개념이 생긴 이후에도 자본주의의 등장 이전에는 사유재산이 엄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음. 또한 사유재산의 등장이 특정계층이 생산물을 독점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부족사회와 부족연맹 왕국에서 부족장과 왕 등 대표자는 세습이 아닌 선출직인 경우가 많았으며,
괴베클리 테페 같은 초고대 유적에 관한 최근 연구에선 농업을 시작해서 사람들이 모여살며 문명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문화와 문명이 발생하면서 부득이하게 정착하기 위해 농경이 시작되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음
3. 설령 인류 문명이 특정계층의 생산물 독점에서 시작한 것이 참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올바른 사회라는 근거는 전혀 되지 않음. 이를테면 아주 오래된 고대사회부터 현대까지 노예와 신분계급은 있어왔지만, 그것이 옳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음.
역설적으로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것으로 손꼽히는 문명과 강대국들은 권력 독점을 통해 부흥한 것이 아니라, 평등과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흥했으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소수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국가는 쇠락해갔음.
자본주의가 태동이라고 하면 불평등의 심화를 생각하기 쉽지만, 르네상스시대 유럽은 중산층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중세 그 어느 시점보다도 평등에 가까워졌으며, 실제로 근대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된 것이 이 중산층임.
4. 불평등을 교정하려는 시도가 헛수고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작성자님 본인을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노예로 전락할 뿐임. 아니 노예는 일이라도 하고 밥이라도 먹여주지, 조만간 인류 대부분은 직업도 없이 손가락이나 빨아야함.
단순반복작업에 대한 완전한 기계화는 이미 오래전에 가능해졌고, 4차산업혁명으로 향후 십수년 이내로 대부분의 고도의 지식 노동 또한 인공지능으로 대체 될 것임. 남은 인간들은 기계의 값싼 대용품이 될뿐임. 그 결과 필연적으로 생산자본을 소유한 극소수의 자본계급만이 살아남고, 대부분의 인류는 노예 이하로 전락하게 될것임. 소위 자발적인 교환이라는 것에 맡겨두면 그것이 필연적인 미래임.
5. 소위 '자발적인 거래'라는 것은 전혀 자발적이지도 공덩하지도 않은 경우가 매우 매우 많음. 고용계약관계, 또는 직장내 상하관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부당대우, 계약을 벗어나는 초과근무와 사적 심부름, 심지어 폭행이나 추행 등을 감내하면서도, 또는 아예 고용계약 자체가 부당한 노예 계약을 자발적으로 이런 계약을 하고 여기에 저항하거나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계가 인질잡혀 있기 때문임.
당연하지만, 사회가 고용계약에 대한 아무런 제약도 걸지 않고 순수한 자유방임주의가 극에 달했던 18세기말~20세기초의 서구 사회는 어린 아이들을 독성 가득한 공장에서 노동에 시달리다 죽게 만드는 사회였음.
그러니까 '최소한의 권리보호'만 하면 되는거 아니냐는 말씀이시겠지만, 최소한의 권리보호라는 것은 없음. 최소한의 권리 보호란, '최소한'의 수준을 낮출수록 방임주의 사회로 돌아갈 뿐임. 인간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존재의 의의가 없고, 결국 사회가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사회가 논의할 수 밖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