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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8 15: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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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인간의 반성문 -
어린 아이였을 때는, 맑은 소년이었을 때는
눈도 맑고 귀도 밝고 생각도 맑고 밝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눈이 멀고 귀가 멀어
돈도 건강도 모두 낭비해 잃어버린,
길을 헤메는 어린 아이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기 돈 하나 자기의 선한 의지 하나
좋은 곳에 좋은 일에 쓰지도 못하고
반성밖에 할 게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버려
내 곁에 아무도 없고
내 몸에는 강건함도 없고
이제 타인에게 폐끼치지 않고 살다가
평안히 죽는 것만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목숨 줄이 길어
아주 나중에까지 살더라도
결국에 죽을 때에는
타인에게 폐를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완전한 존재의 행방불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내 마음을 전해줘야 할 사람들도 있지만
고맙고 미안하게 됐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조용히 있다
우주의 먼지가 되어
서서히 사라지고 싶군요.
결국 어른이 되지 못했네요.
어른이 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언젠가 어른이 될 수 있다면
그때
우주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네요.
다시한번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 진지충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