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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3 12: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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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발명과 이후의 예술사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 입니다.
'사진'이 발명되면서 그동안 사실주의 화가들은 위기를 맞게 되었죠. 자기들이 그리는 것 보다 훨씬 정확하고 편리한 기술이 등장했으니까요. 심지어 르네상스 이후 예술품의 주 소비층이었던 상류층들이 그림을 찾는 빈도가 줄어버렸습니다. 사진을 찍는게 그림보다 실제에 가까울 뿐더러, 하나의 '경험'이기도 했거든요. 자신들의 존재감과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예술가들은 제빨리 사실주의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두주자에 피카소와 그의 추상화가 있었죠.
기존의 틀을 거부한다는 움직임은 그림에 그치지 않고, 예술계통 전반에 나타났습니다. 신기술의 발전은 사진 뿐만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것들을 많이 그리고 빨리 만들었거든요. 기존의 '예술'이라는 관념 자체에 도전한 인물이 바로 '샘'으로 유명한 뒤샹입니다. 뒤샹은 기술이 발전하는 것들을 보고 현대사회에서 예술가들이 뭘 할 수 있겠냐는 탄식을 했습니다. 그래서 '예술'이라는 관념 자체를 살짝 비틀었죠.
그리고 이후 현대에 와서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며면서 포스트 모더니즘 이전의 고리타분한 예술관을 비꼬고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유명한 이가 앤디 워홀 입니다. 앤디 워홀은 현대기술을 이용한 복제와 패러디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죠. 어마어마한 기술의 발전속도에 먹히지 않기 위해, 맞서기 보다는 이용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10여년 사이에 하이퍼 리얼리즘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다시 '기술'에 도전하기 시작한거죠. 사진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원전'을 초월할 수는 없는 데다가, 감상 주체가 결국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기술의 발전에 정체기가 찾아온 느낌입니다. 이 기회에 예술가들은 '인간'의 손으로 '기술'을 초월해 보고자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품을 소모하는건 결국 인간이니, 인간의 눈을 속일 수 있을 만큼 고도로 숙련된 예술적 숙련도를 발휘한다면, 예술적 가치는 물론이고, 기술과 예술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