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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18: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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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양반 가문들의 종갓집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중 대다수는 전란과 좌우갈등 이념대립 와중에 불타 없어졌고 소수가 잔존하여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하지요.
이에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평소에 인심을 넉넉히 베풀어 원한 산 적 없던 명망 있는 지주 집안이 해방 이후 이념대립과 인공 치하에서 갖은 수모를 겪게 되었고 심지어는 그 집안에서 부리던 머슴, 소작농 등도 빨간 완장 차고 그 집안에 쳐들어와 사람들을 오랏줄로 묶고 인민재판소로 끌고 가니 당장 이 자리에서 죽이니 어쩌니 하던 와중의 일이라지요. 남들 이목이 한창 집중되어 있는 낮에는 그 집안 사람들을 오랏줄로 묶으며 앞장서서 선동했던 머슴이, 사람들 다 돌아가고 없는 밤쯤에 그 집에 돌아와서는 "죽을 죄를 졌습니다. 어르신.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용서를 빌고는 오랏줄을 풀어주더니만 아직은 인민위원회나 청년동맹 등이 모르고 있으니 어디어디 샛길로 도망가시라고 하면서 살려 보냈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렇게 맥을 이어 온 종갓집들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에도, 빨간 완장 차고서도 빨간 이념에서는 명백히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르주아 지주 등을 이렇게 살려보낸 것도 협(俠)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