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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7 20: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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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생일 축하해.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겠네.
그래도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잘 살피고, 밤에는 위험하니까 너무 늦게 다니지는 마.
문단속도 잊지 말고, 나갈 때는 자물쇠를 꼭 잠그렴.
대학은 들어갔니?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다면 조금 속상할지도.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인상이겠지.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아기였을 때부터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단다.
처음 나를 불러줬을 때 나도 모르게 펑펑 울었지.
그 모습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다가 엄마의 화장대를 엉망으로 만드는 바람에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
어린이날 놀이동산에 갔던 일은 기억하고 있니?
나를 꼭 붙잡고 손짓, 발짓으로 아이스크림을 조르던 네 모습은 정말 귀여웠지.
입 주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히고는 내게 애교를 떨던 꼬맹이가 벌써 20살이 된 거구나.
내게는 그 모든 순간이 축복이었어.
너라는 천사가 내게 준 축복.
음-울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 편지를 받고 조금은 울어줬으면 좋겠어.
미안해.
그렇게 그리움으로나마 네게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
이제는 만날 수 없지만 걱정하지 마렴.
언제나-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야.
사랑하고, 사랑한다.
나의 소중한 아이야.
-200X년의 아빠가
2018년의 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