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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2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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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아 자른 아기 손톱마냥 초생달이 내리는 밤이었다.
너의 전화를 받은 나는 충분히 예감할 수 있었다.
물기 머금은 너의 목소리, 조용히 읊기 시작한 우리의 어린시절.
아직 어리고 어렸던 그날의 추억들.
너의 목소리. 나의 한숨.
우리는 더 이상 서로가 궁금하지 않았고,
우리는 더 이상 서로가 안타깝지 않았다.
어렸던 우리는 환상에 취해있었을 뿐이다.
아주 살짝 취해있었을 뿐이다.
초생달이 함숨에 촉촉히 젖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