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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14: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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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어머니! 나는 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같은 언어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 중략 -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웬일인지 문득 어머니가 해주신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살아서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
1950 년 포항 여중 최후 방어 진지에서 전사한
동성 중학교 3 학년, 이우근 학도병 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피묻은 편지의 내용 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결사로 지켜내어 북한군의 진격을 지연시킨 덕분에
아군과 연합군은 낙동강 전선에서 반격의 기틀을 마련하고
결국 인천 상륙작전까지 성공시키는 대반격의 서두가 되었습니다.